젠슨 황이 바꾼 리더십의 교과서…기술·외교 아우른 글로벌 행보 [엔비디아 벤치마크③]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황제’이자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리더십 교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로 혁신 리더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균형감 있는 조율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젠슨 황 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하며 엔비디아를 단순한 반도체 기업이 아닌 ‘문명 기업’으로 확장했다. 그는 ‘엔지니어 CEO’로서 기술의 본질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한다.

무대 위에서는 서사를 갖춘 리더십을 드러낸다. 황 CEO는 매번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직접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오른다. 일관된 의상과 연출, 특유의 유머와 자기 확신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술의 복잡한 개념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내며 제품 출시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젠슨 황의 무대’는 단순한 제품 발표가 아니라 엔비디아라는 문명의 진화를 보여주는 서사다.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 2025’에서 황 CEO는 무대 위에서 직접 수식을 풀어가며 AI 연산 구조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AI 개발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에 놀란 것으로 전해진다.

황 CEO의 리더십은 기술을 넘어 외교로 확장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선 엔비디아를 이끌면서도 그는 ‘균형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논의 자리에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중국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다. 그는 “중국이 엔비디아와 그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면에서 황 CEO의 역할이 중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황 CEO의 저력은 글로벌 공급망을 아우르는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황 CEO는 대만 TSMC 창업자 장중머우를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초소형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게 직접 전달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황 CEO는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 세션 연설과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도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으로 전례 없는 모습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양국 주요 기업 간 강력한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중 사이 기술 동맹의 축이 재편되는 시점에 한·미 협력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 CEO는 단순히 기술을 잘 아는 경영진을 넘어 시장·정책·공급망까지 연결할 줄 아는 ‘기술 외교관’”이라며 “한국도 AI 패권 경쟁에서 플레이어가 되려면 이처럼 한발 앞서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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