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재고자산…순손실도 지속
조기 상환 가능성 높지만 금융비용 부담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 LB세미콘이 600억 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자금 조달인데, 영구CB로 조달해 자본을 확충했다. 다만,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향후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B세미콘은 600억 원 규모의 영구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액은 주당 5473원으로 발행 당일 종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환 청구는 내년 10월 말부터 가능하며 만기는 2055년 10월이다. 표면이자율은 2.0%, 만기보장수익률은 5.0%다. LB세미콘은 이번 투자로 조달한 600억 원 중 400억 원을 시설투자에, 2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KB증권이 투자를 주도했다. KB증권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공동으로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 '유암코-케이비 크레딧 제1호 펀드'를 통해 250억 원을, SBI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용하는 '케이비 에스비아이 글로벌첨단전략 펀드'를 통해 25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KB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용하는 '케이비 디지털 플랫폼 펀드'로 1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LB세미콘은 2월 145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캐피탈, NH투자증권, NH헤지자산운용, 스카이워크자산운용 등이 투자했다.
LB세미콘은 2023년 영업손실 127억 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88억 원으로 손실 폭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73억 원, 순손실 138억 원을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재고자산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2023년 말 210억 원 수준이던 유동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335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 상반기 말 기준 63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판매 부진 또는 과잉 생산을 의미한다. 재고자산이 유동자산에 포함되지만, 현금화되는 데 시간이 걸려 유동성이 낮은 항목이다. 올해 초 LB루셈을 흡수합병하면서 재고자산 62억 원이 LB세미콘으로 승계된 것을 감안해도 재고자산 증가 폭이 가파르다.
이번 자금 조달로 이자 부담은 가중됐다. 영구CB의 표면이자율은 2.0%로 당장 현금 유출 부담은 낮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3214억 원의 유동부채와 1154억 원의 비유동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지출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추가 이자 납부는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올 상반기 LB세미콘이 이자 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92억 원이다.
LB세미콘은 투자자들이 보유하게 될 영구CB에 대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갖고 있다. 만기 전 조기 상환할 가능성이 크지만, 조기 상환이 불발되면 600억 원의 자금과 함께 연 5%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콜옵션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행사할 수 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기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 집중했는데 시스템온칩(SoC), 무선주파스(RF) 등 DDI 외의 제품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고객향(向) 매출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