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로 엔비디아 신뢰 회복…‘AI 메모리 왕좌’ 재탈환 시동
테슬라·애플·엔비디아까지 수주…‘파운드리 반전 드라마’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축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공식화하며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성공했고, 테슬라·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형 고객을 확보한 파운드리 역시 전망에 파란불이 켜졌다.
여기에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의 갤럭시 S26 전 라인업 탑재 가능성까지 부상 중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맞는 가운데, 삼성 반도체 사업이 명실상부한 ‘최고 종합 반도체 기업’ 체제로 완성돼 가는 모양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2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2600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AP는 평가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퀄컴 단일 칩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칩 채택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부 결정이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엑시노스2600은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이 모두 크게 향상됐으며, AI 추론·그래픽 처리 속도에서 애플 A시리즈를 추격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잡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도입, 자사 칩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엑시노스2600이 갤럭시 전 모델에 탑재될 경우, 삼성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퀄컴에 지급하던 AP 납품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삼성 스마트폰 제조원가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엑시노스가 안정적으로 성능을 입증하면 향후 AP 조달 협상에서도 퀄컴 대비 협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엑시노스2600이 갤럭시 S26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줄 경우, 삼성의 시스템LSI 설계 역량뿐 아니라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기술력까지 시장에 입증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엑시노스의 설계(시스템LSI)와 생산(파운드리)을 모두 자사 기술로 수행함으로써, 내부 밸류체인 간 ‘선순환 구조’가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적자 요인으로 지목되던 파운드리 사업도 첨단 공정을 앞세워 실적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삼성은 테슬라와 22조8000억 원 규모의 AI칩 ‘AI6’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 생산을 시작한다. 동시에 TSMC가 독점하던 ‘AI5’ 생산에도 일부 참여해 추가 물량을 확보했다.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PEC 기간 중 만나 발표한 ‘AI 팩토리’ 협력도 삼성 파운드리의 성장 축으로 꼽힌다. 삼성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을 도입해 AI 반도체 생산 공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전환하고, HBM·GDDR7·HBM4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 초격차의 상징이던 메모리는 부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엔비디아에 공식 공급하면서 기술력 논란을 불식시켰고, 내년 주력 제품인 HBM4의 고객사 샘플 출하도 모두 완료했다. HBM4에는 타사보다 한 세대 앞선 1c(10나노 6세대) D램과 4나노 로직 공정을 결합해 11Gbps 이상의 속도와 저전력 구동을 구현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AI 서버 수요가 전체 공급량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HBM 증산을 검토하고, HBM4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강점은 부품과 시스템, 제조 생태계를 한 축으로 묶을 수 있는 통합력”이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실적 회복에 엑시노스까지 더해지면, 다시 한번 ‘삼성 전성기’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