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브랜드의 한계 넘어…현대차, ‘제네시스 실험’의 결실
북미·유럽을 넘어 중동까지…‘K-럭셔리’ 새 지형도 그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4일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2015년 현대차가 ‘현대’ 단일 브랜드 체제를 깨고 럭셔리 시장에 본격 진입한 지 10년, ‘포니’로 대중차 산업을 연 현대차는 ‘제네시스’로 고급차의 역사를 새로 쓰며 ‘한국 럭셔리’의 가능성을 세계에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2023년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총 14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한국 럭셔리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불과 10년 만에 이룬 성과로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제네시스의 출범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명차보국(名車報國)’ 철학에서 비롯됐다. ‘좋은 차를 만들어 국가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그의 신념 아래 현대차는 48년간 이어온 단일 브랜드 체제를 과감히 전환했다. 단순한 모델 확장이 아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이었다.
그 첫걸음은 2015년 공개된 제네시스 EQ900(해외명 G90)이었다. 독자 기술로 완성된 플래그십 세단 EQ900은 국산 럭셔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명차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1976년 국산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가 대중차 시장을 열었다면 EQ900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 고급차 무대로 진입한 신호탄이었다.

출범 10년, 제네시스는 양적 성장과 질적 도약을 동시에 이뤘다. 북미·중동 시장에 이어 2021년 유럽과 중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한국차가 ‘가성비’의 대명사에서 ‘감성 품질’로 진화한 상징적 결과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SNS를 통해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며 10월 한 달간 7017대를 판매했다”며 “GV70과 GV80 쿠페가 각각 월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GV70이 텍사스자동차기자협회에서 ‘올해의 럭셔리 컴팩트 SUV’로 선정됐고 캘리포니아에 최첨단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소했다”며 “제네시스의 브랜드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의 약진은 단순한 판매 호조를 넘어 ‘기술과 감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대표되는 디자인 철학은 현대·기아 전 차종의 디자인 언어로 확산됐으며 제네시스는 그룹 내 ‘기술 실험실’로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무선 업데이트(OTA), 커넥티드 서비스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G80, 전동화 GV70, GV60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전동화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수소전기차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GV60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정숙한 주행감’으로 호평받으며 제네시스의 미래 방향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도 제네시스가 넘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강화, 전동화 모델의 수익성 확보, 럭셔리 시장 내 차별화 전략이 그것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 고급차 시장을 주도하는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지난 10년이 ‘양적 성장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질적 도약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럭셔리의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