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권시장이 지난 한주 그야말로 패닉장을 연출했다. 통안채 2년물부터 국고채 50년물까지 주요구간 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했으며, 국고채 금리는 전구간에서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특히 내주 입찰을 앞둔 국고채 30년물은 17.6bp나 급등한 2.985%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결국 채권값이 폭락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떠올리기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관세협상 타결을 이끌었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무역분쟁 휴전 선언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도 컸다.
자산시장이 위험선호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영향이 없지 않았다. 주초부터 사상 처음으로 4000고지를 등정한 코스피는 주후반 4100고지마저 사뿐히 올라섰다. JP모건은 코스피 6000 전망까지 내놨다. 원·달러 환율도 주중 12.7원(0.88%) 하락해 일주일여만에 1420원대로 내려앉았다(원화값 상승). 그러잖아도 채권시장은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을 계기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줄면서 투자심리에 또 한번 흠집이 난 상황이었다.
숨 가빴던 빅이벤트들이 모두 마무리됐다. 돌려 말하면 당장 주목할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도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716%로 한은 기준금리(현 2.50%) 대비 21.6bp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23.2bp까지 벌어져 2023년 11월15일(24.4bp) 이후 1년11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반영한 수준이라 판단된다.
5일 지급준비일(지준일)이 끼어있는 것도 장이 한박자 쉴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지준일 직전일엔 선네고장(거래선체결장)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거래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대내적으로는 4일로 예정된 10월 소비자물가(CPI) 발표와 4조1000억원 규모 국고채 30년물 경쟁입찰, 6일 발표할 9월 국제수지(경상수지)가, 대외적으로는 4일(현지시간) 미국 ISM 제조업지수와 5일 ADP 민간고용 발표 정도가 주목할 변수다. 7일 미국에서 비농업고용지수 발표가 있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에 예정대로 나올지 미지수다.
이밖에 3일엔 2조원 규모의 국고채 2년물 입찰이 있다. 4일엔 호주중앙은행(RBA)이, 6일엔 영국 영란은행(BOE)이 각각 기준금리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