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아파트와 연립주택 간 가격 격차가 올해 들어 사상 처음 4배를 넘어섰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확산이 심화되면서 아파트 수요가 급등한 반면, 연립주택은 거래 부진 속에 가격이 정체돼 주거 유형 간 양극화가 고착되고 있다.
3일 KB부동산의 서울 주택 유형별 월간 평균 매맷값 분석 결과,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3621만 원, 연립주택은 3억5224만 원으로 조사됐다. 두 주택 유형 간 격차는 4.08배로 KB부동산이 월간 주택 가격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지난 8월 처음 4배를 넘어선 뒤 격차가 더 벌어지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격차 확대 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하다.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503만 원, 연립주택은 3억3902만 원으로 3.75배의 격차를 보였지만 이후 9월까지 아파트값이 1억6000만 원 넘게 오르는 동안 연립은 1300만 원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가격 차이는 전국적으로도 관찰되지만 서울의 격차가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5억4092만 원, 연립은 2억2346만 원으로 2.42배 수준에 그쳤다. 서울이 전국 평균보다 1.7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인 셈이다. 부산(3.19배), 인천(3.84배) 등 주요 광역시도 격차 확대 추세를 보였지만 서울만큼 가파르진 않았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강남권이 격차 확대를 주도했다. 강남11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8억6767만 원, 연립은 3억7061만 원으로 4.88배 차이를 기록했다. 강북14개구는 10억2238만 원과 3억3235만 원으로 3.08배 수준이었다.
서울 내부에서도 고가 지역일수록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구조다. 강남권 재건축·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도심 외곽의 연립·다세대 주택은 거래 부진과 노후화로 가격이 정체되고 있다.
연립주택 거래량 감소세도 뚜렷하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주택 연간 거래량은 2020년 8079건에서 지난해 3159건으로 줄었다. 올해는 7월 기준 2111건에 그치며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5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거래가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유형 간 가격 격차가 단기적인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립주택은 노후한 단지가 많고 수요층도 한정돼 있어 가격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반면, 아파트는 학군·교통·개발 호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몰리며 오름세를 지속한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아파트 중심의 시장 구조가 워낙 견고하고 최근 들어 가격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쏠림이 더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강남권은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투자·실수요가 겹치면서 연립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도 높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됐지만 대출 규제가 오히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만 남게 하면서 아파트 중심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번 대책으로 연립·다세대주택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대부분이 15억 원 미만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본지 자문위원)은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결국 자금력이 충분한 수요층이 집중된 아파트 시장만 가격을 방어하게 된다”며 “반면 연립·다세대는 거래와 수요 모두 위축돼 가격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