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다카이치 첫 회담, 경주서 ‘협력’ 강조…입장 차도 여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일본 NHK에 따르면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번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이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은 약 1년 만이며, 다카이치 총리와는 첫 대면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나는 당신(다카이치 총리)과 소통을 유지하고, 중일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는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하고 있고, 국제·지역 형세는 혼란스럽게 얽혀있다”며 “중국과 일본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으로, 중일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강하며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국민과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은 취임 후 ‘중국이 일본의 중요한 이웃 국가이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대(對)중국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중일 관계에 대한 당신과 새로운 내각의 중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과 '4대 정치문건'이 확립한 원칙과 방향에 따라 양자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함께 수호하고,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에 전념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대에 부합하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언급한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때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의미한다.

이 문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주권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만 접근에 대한 견제를 위해 자주 꺼내는 카드기도 하다.

이러한 언급은 시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기존 외교 원칙을 존중할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중국의 인권 문제와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직설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모두발언에 “중국과 전략적인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서 “중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 국가로,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호혜 관계는 2006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후진타오 전 주석과 합의한 중일 관계의 기본 방향으로,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둔 개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중 간에는 여러 현안과 과제가 있지만, 그것들을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서 “시 주석과 솔직한 대화를 거듭해 정상 간 관계도 심화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일본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에게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회담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어 “희토류에 대해 논의하고, 북한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국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대응해 달라고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중국에 비판적인 발언들로 총리 취임 전부터 중국 내에서 ‘우익 정치인’으로 알려져 왔다.

시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 취임에 대해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리창 총리 명의로만 축전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회담 일정 공개를 미루며 불편한 기색을 간접적으로 드러냈고, 회담 중에도 시 주석은 별도의 축하 인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회담은 약 30분간 진행돼 하루 전 있었던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100분간의 미·중 회담과 비교하면 현저히 짧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