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 거론됐던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는 방안은 백지화됐다. 금융시장 안정과 감독의 독립성을 이유로 금융정책 기능은 금융위에 그대로 남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기재부 분리는 단행되지만, 금융정책 부문까지 통합한 ‘슈퍼 재경부’ 구상은 무산됐다.
내년 1월 2일 이후의 전망을 미리 해보면 우선 정책 조정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예산·세제·재정정책이 한 부처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움직였지만, 분리 이후에는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경기 대응, 세수 조정, 복지 확대 등 ‘정책-재정 연동’이 필요한 분야에서 부처 간 시차와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 수단이 없는 재경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재경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다만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재부가 사라지면, 재경부가 빈자리를 대체해야 하는데 예산 권한 없이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제기획청 폐지 사례처럼, 기획과 재정을 나눈다고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 정치적 책임 분산의 문제가 있다. 예산처가 예산을 짜고 재경부가 집행하는 구조라면 정책 실패 시 어느 쪽이 책임을 질지 모호해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 확대 논의가 본격화되면, 두 부처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정책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예산처의 실질적 위상이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 조직상으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지만, 현실적으로는 용산 대통령실의 직접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산권이 대통령실로 수렴될 경우, 예산처는 ‘정책기획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대통령 의중을 반영하는 보조 기관, 혹은 ‘용산의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만약 예산처 장관 자리에 여당 핵심 인사나 힘 있는 국회의원 출신이 임명될 경우, 재경부와의 권력 구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세제와 국고를 틀어쥔 재경부가 관료조직 중심의 실권을 유지하려는 반면, 정치적 후광을 지닌 예산처 장관이 등장한다면 예산 편성과 재정운용 전반이 정치화될 위험도 있다.
두 달 뒤면 기재부가 사라진다. 기자 생활의 절반 이상을 기재부를 출입하며 보냈던 입장에서 감회가 새롭다. 재정정책의 무게감, 세제정책의 미묘한 이해관계, 예산 편성의 정치적 긴장감이 늘 교차하던 곳이었다. 그만큼 기재부는 권력과 책임이 공존하는, 국가 행정의 축이었다.
이제 그 중심이 둘로 갈라진다. 문제는 분할 그 자체가 아니라, 분할 이후에도 하나의 국가 재정 철학이 유지될 수 있느냐다. 예산처가 대통령실의 하청기관으로 머물지 않고 국무총리실 산하의 실질적 정책기획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또 정치적 인선이 부처 간 균형을 깨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기재부의 마지막 겨울을 지켜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