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볼 수 있을까?"⋯첸백시ㆍ뉴진스가 마주한 현실 [이슈크래커]

▲백현(왼쪽부터), 시우민, 첸, 그룹 뉴진스. (출처=S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엑소(EXO)가 지난달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전 세계 K팝 팬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엑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이미지에는 광활한 우주 속 개기월식의 순간을 연상케 하는 형상, 그리고 'DECEMBER 2025'라는 텍스트가 담겼죠.

'WHEN WE BECOME TRUE ONE, A NEW WORLD AWAKENS', 진정한 하나가 되는 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문장까지 더해지면서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엑소의 남다른 세계관에 기반한 의미심장한 문구로 '완전체' 활동을 예고한 겁니다.

엑소는 지난달 막내 세훈의 소집 해제로 2019년부터 약 6년간 이어진 군백기(군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종료했습니다. 완전체를 예고한 이 이미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돌연 잡음이 불거졌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와 2년 넘게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첸백시(첸·백현·시우민)이 돌연 '엑소 완전체 활동'을 언급하고 나선 건데요.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끝없는 갈등을 예고하며 팬들의 한숨을 자아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속사 어도어와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그룹 뉴진스가 또 한 번의 법적 분쟁을 선언한 겁니다.

▲그룹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엑소, 드디어 '하나' 외쳤는데…첸백시 갈등에 빛바랜 영광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엑소는 연말 완전체로 돌아옵니다. 먼저 12월 13~14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단독 팬미팅 '엑소버스(EXO'verse)'를 개최해 팬들을 만납니다.

깜짝 선물(?)도 있습니다. 이번 팬미팅에는 수호, 찬열, 디오, 카이, 세훈에 더해 레이가 참여합니다. 수호, 찬열, 카이, 세훈은 SM엔터 소속이지만 디오는 레이블 수수컴퍼니를 차려 독립에 나섰고, 중국인 멤버 레이는 2022년 4월 SM엔터를 떠나 중국 활동에 주력해왔는데요. 몸 담은 곳이 각자 다른 멤버들이 완전체를 위해 오랜만에 뭉치는 만큼, 팬들의 놀라움과 기쁨은 배가 됐죠.

또 내년 1분기에는 여덟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합니다. 엑소 완전체 활동은 2018년 정규 5집 리패키지 '러브 샷(LOVE SHOT)'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완전체 활동 시작도 전에 잡음에 휘말렸습니다. SM엔터와 긴 분쟁을 이어오고 있던 첸백시 측이 돌연 완전체 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나선 건데요. 첸백시 측은 '2일 2차 조정 기일 이후 완전체 컴백을 위해 SM엔터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SM엔터 측이 돌연 첸백시를 제외한 엑소 활동을 공지했다'는 주장입니다.

SM엔터가 내놓은 입장은 앞선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SM엔터는 "우선 분쟁 종결과 관련해 당사는 지금까지의 모든 분쟁에서 이긴 상황이었고, 이에 당사가 3인 측에 요구한 것은 2023년 6월 18일 자 기존 합의서에서 정한 개인활동 매출액의 10%를 지급하라는 것 하나였다"며 "다만, 이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는데요.

특히 SM엔터는 '상도덕'을 지적했습니다. "팀 활동에 참여하는 문제는 무리한 다수의 분쟁을 통해 양측 간의 신뢰가 크게 무너졌음은 물론, 엑소라는 팀에 끼친 피해 및 팬들과 멤버들에게 준 상처가 컸기 때문에 신뢰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순리였다"며 "그러나 3인 측은 2일 2차 조정기일 이후 당사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며 합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16일에 먼저 이의신청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사정을 왜곡한 3인 측의 발표에 당사는 큰 유감"이라고 강조한 건데요.

화룡정점은 입장 말미에서 나왔습니다. "당사는 12월부터 시작될 엑소 활동에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며 선을 그은 겁니다.

첸백시와 SM엔터의 분쟁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첸백시는 SM엔터가 수익금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SM엔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는데요. 양측은 전속 계약을 유지하되 세 멤버의 개인 활동을 INB100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조건에 합의, INB100은 지난해 원헌드레드 산하 레이블로 합류했습니다.

이후 첸백시는 SM엔터가 개인 법인 매출의 10%를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고, SM엔터는 오히려 첸백시가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으며 정산자료 제공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첸백시는 정산 자료 미제공, 불공정 계약 소송 등을 연이어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한 바 있습니다.

▲그룹 뉴진스(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3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어도어, 뉴진스 상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뉴진스 vs 어도어 전속계약 분쟁 1년 만에…법원 판단은

소속사 측에 '완패'한 건 뉴진스도 마찬가집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를 주장, 독자 활동을 예고한 바 있는데요. 이때 어도어가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결과가 약 11개월 만에 원고 승소로 판결된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는데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이 전속계약 위반 사유라거나 양측의 신뢰관계 파탄 역시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된다는 등 뉴진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도 뉴진스가 계약 해지 사유로 주장한 △뉴진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사진 및 영상 유출 △하이브 PR(홍보) 담당자들의 뉴진스 성과 폄훼 발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고유성 훼손 및 대체 시도 △아일릿 매니저의 뉴진스 멤버 하니에 대한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발언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으로 인한 뉴진스의 성과 평가절하 등이 모두 전속계약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죠.

앞서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적인 활동을 막기 위해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이와 함께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 활동을 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각 10억 원씩 어도어에 지급하게 하는 간접강제도 신청했습니다. 이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과 동시에 뉴진스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과 항고가 기각되면서 뉴진스는 이번 1심까지 사건과 관련한 모든 절차에서 패소했습니다.

다만 뉴진스 멤버들은 선고 이후 즉각 '항소'를 예고하며 어도어로 돌아갈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요. 어도어는 "정규 앨범 발매 등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며 뉴진스의 복귀를 또 한 번 호소했습니다.

▲그룹 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

대중은 피로ㆍ업계는 부담⋯어떤 결말 맞을까

SM엔터와 첸백시, 어도어와 뉴진스의 분쟁은 모두 신뢰 관계 파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팬덤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엑소의 경우 2년 만의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복귀보다 갈등 여파에 이목이 쏠린 속상한 상황이죠.

이들 사례는 팬심을 넘어 산업 구조에도 분명한 부담을 남겼습니다.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 정산 절차의 투명성 강화, 분쟁 조정과 중재 절차의 실효성 확보 등은 물론 분쟁 이후 조정과 실질적인 신뢰 관계 복원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 셈인데요. 법적 절차로는 분쟁을 매듭지을 수 있어도, 그 과정에서 훼손된 브랜드나 대중의 피로감은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팀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전체의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죠.

이런 흐름 속에서 업계 역시 제도적 신뢰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뉴진스 1심 판결 이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가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만큼 본 판결이 표준전속계약서에 기반한 업계의 관행과 계약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매연은 앞으로도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아티스트 및 제작사의 권익이 상호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중의 시선도 눈길을 끕니다. '기획사 대 아티스트'의 구도로 나뉘기보다, 계약 이행과 신뢰 유지를 아티스트의 기본 책무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법과 업계, 대중이 '계약의 신뢰'를 K팝 산업의 근간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양측의 논의와 조정 없이는 첸백시의 엑소 합류나 뉴진스의 복귀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다만 첸백시는 SM엔터에 '협의'를, 뉴진스는 어도어에 '항소'를 언급한 상황인데요. 각기 다른 카드를 꺼내 든 이들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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