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끝나도 문 못 닫는 조합…10년째 청산 중 잔여재산 257억→13억 사례도

한국부동산원, 조합 청산 연구용역 착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A 재개발조합은 10년째 청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청산이 지연되며 청산인은 월 500만 원, 사무장은 350만 원의 월급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조합은 해산 당시 257억 원에 달하던 잔여재산이 13억 원까지 줄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끝난 후 입주가 마무리됐음에도 청산 과정을 미루는 조합이 증가하고 있다. 청산을 강제화할 수 없기에 하자 소송 등을 빌미로 운영비 지출을 이어가자 정부는 뒤늦게 조합 청산제도 개선에 나섰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은 ‘정비사업 조합 청산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28일 발주했다. 이르면 12월 말쯤 연구용역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정비사업 조합의 장기 미청산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조합은 청산 과정에서 유보금을 과도하게 사용해 사업 역량이 떨어지고 조합원 환급금이 줄어드는 문제까지 빚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조합 해산 후 청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 327곳으로 집계됐다. 해산 당시 잔여 자금은 총 1조3880억 원이었지만 현재 남은 금액은 4867억 원으로 청산 과정에서 9013억 원이 사용됐다. 특히 서울 156개 조합은 해산 시점에 9583억 원을 보유했지만 현재 남은 자금은 2831억 원으로 70% 이상이 소진됐다.

조합은 소송을 빌미로 청산을 연기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조합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청산할 수 없다.

서울 노원구 B 재개발조합은 진행 중인 소송 6건을 이유로 4년째 청산을 진행 중이다. 청산인은 월 7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그간 205억 원을 사용했다. 남은 재산은 14억8000만 원뿐이다.

청산 지연은 조합원에게도 피해가 간다. 조합은 청산 작업을 통해 그간 비용을 결산하고 추가 이익을 조합원들과 나누거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청산이 장기화할수록 운영비나 소송비 등 명목으로 지출되며 조합원 환급액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뒤늦게 청산 속도를 내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6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의 청산 절차를 관리 감독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서초구는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청산을 유도하고 있다.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는 조합 해산 이후 3년여 만에 청산을 마쳤다.

부동산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 청산 절차를 구체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장기 운영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관련 회계 및 행정 업무, 의사 결정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지자체 혹은 전문 청산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입주가 완료됐는데도 네이버 지도상 여전히 ‘정비사업조합’으로 표기돼 있을 만큼 해산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며 “청산을 미루는 조합에 대한 제도적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이 민간 주체 중심이라 청산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지자체가 조합 해산이나 청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조합 청산은 빚이나 소송 등이 모두 종결돼야 가능하다”며 “허위 채권을 만들거나 소송을 빌미로 청산을 미루는 조합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 임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청산 시점을 조정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지자체가 청산인을 직접 파견하거나 전문 관리인 제도를 적극 활용해 청산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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