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불 협상 선방했지만⋯'관세 0%' 한미 FTA 무용지물

▲<YONHAP PHOTO-7066> 방명록 작성하는 트럼프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5-10-29 19:40:23/<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 "日보다 조건 좋아" 자평 속 '무관세 원칙' 사라져
車관세 '무관세→15%'로 후퇴⋯EU 철강 규제도 시험대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타결된 관세 협상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투자에 대해 일본보다 낮은 현금 비중과 원금 회수 장치 등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자유화(무관세) 원칙에 기반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미와 실효성이 이번 타결로 퇴색했다는 'FTA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전날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현금 2000억 달러ㆍ조선업펀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최종 타결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현금 투자를 연간 200억 달러 상한으로 제한하고 원금 회수 장치를 마련하고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막아냈다.

대통령실은 "일본보다 현금 투자 비중(36% 수준)이 낮고 더 많은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며 '선방한 협상'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핵심 쟁점이던 자동차 관세는 현행 25%에서 15%로 10% 포인트(p) 인하(내달 1일 적용 예정)돼 유럽 및 일본과 동등한 경쟁 여건을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속에 우리 경제와 자동차 업계를 고려하면 이번 타결이 다행스럽지만 한미 FTA가 무용지물로 퇴색버린 한계도 노출됐다.

우리나라는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를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규칙에 기반한 자유 무역'을 약속받았다. 이 협정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였다.

한미 FTA 규정에 따라 2.5%였던 미국 측의 한국산 승용차 관세는 2016년 1월 1일부로 무관세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한미 FTA와는 무관하게 '자국 우선' 등을 명분으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결국 관세율이 0%에서 15%로 상승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고관세에 대해 한미 FTA에 명시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규범'을 통해 맞서야 하지만 미국의 힘에 눌려 손도 쓰지 못했다.

곽범국 이투데이 자문위원(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현재 한미 FTA가 사실상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태이거나 실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FTA와 무관하게 반덤핑, 상계관세, 무역확장법 232조 등 각종 무역 구제 조치를 동원해 한국산 제품에 사실상의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해 우리는 미국에 관세를 내고, 미국은 우리에게 관세를 안 내고 들어오는 불공정한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FTA 실효성은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다. 최근 유럽연합(EU)는 기존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철강 관세율 할당(TRQ) 도입 제안을 발표했다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인상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조치가 확정되면 한국의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로의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EU와 맺은 FTA를 내세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EU측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의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FTA 무용론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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