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장 매출액 3분기 만에 1.2조⋯영화는 7000억으로 '절반' 수준

▲영화·공연시장 매출액 추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올해 공연시장 매출액이 3분기까지 1조2000억 원을 넘었다. 연말 성수기인 4분기 매출액까지 감안하면 올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영화시장 매출액은 같은 기간 7000억 원대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라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을 때처럼, 매출액 1조 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공연시장 매출액은 총 1조2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영화시장 매출액은 7362억 원으로 공연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공연시장은 상반기에만 7414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에 비해 영화시장의 상반기 매출액은 4079억 원을 기록해 공연시장 규모의 약 55% 수준을 보였다. 최근 5년간 두 시장의 매출을 비교하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시작한 2023년에 처음으로 공연시장이 영화시장을 추월했다. 이후에도 공연시장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영화시장은 △2020년 5104억 원 △2021년 5845억 원 △2022년 1조1602억 원 △2023년 1조2614억 원 △2024년 1조1945억 원이다. 공연시장은 △2020년 2226억 원 △2021년 4000억 원 △2022년 1조284억 원 △2023년 1조2696억 원 △2024년 1조4421억 원이다.

특히 지난해 공연시장이 영화보다 2476억 원 큰 규모를 기록하며 두 시장의 매출 격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음에도 격차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벌어졌다.

공연의 성수기와 영화의 비수기가 겹치는 연말을 고려하면, 올해 두 시장의 격차는 지난해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영화시장의 월평균 매출액이 800억 원 수준이어서 올해 매출액 규모는 1조 원 돌파가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시장의 회복 기미가 보였던 2022년 이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일본 애니 등 외화에 잠식된 한국 극장가⋯"극장의 위기가 영화의 위기로"

▲올해 한국 극장가를 점령한 외화 포스터들. (네이버영화)

올해 한국의 영화시장은 외화가 강세를 보였다.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이 뚜렷해진 셈인데, 지난 정부부터 시작된 영화계 예산 감소 등으로 인해 극장의 위기가 영화 자체의 위기로 번진 것이다.

3분기까지의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를 보면, 1위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45억 원)이다. 매출액 기준 국내 개봉 일본영화 중 역대 흥행 1위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누적관객수는 554만 명으로, 1위인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을 이번 주말에 뛰어넘을 거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달 24일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현재까지 262만 명의 관객수를 모으며 일본 애니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외화로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가 521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중박 흥행을 달성한 '좀비딸'과 '야당'을 제외하면, 올해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이 뚜렷하다.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보였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호불호 논란이 일면서 극장가의 활력을 크게 도모하진 못했다.

공연시장의 경우 올해 상반기 K팝의 인기에 힘입어 콘서트(대중음악)가 4118억 원의 매출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포인트(p) 증가해 공연시장을 주도했다. 뮤지컬도 유료 티켓예매 비율을 포함한 모든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티켓판매액은 2375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p 증가했다.

상위 20개 공연 목록을 살펴보면, 콘서트에서는 콜드플레이·DAY6·제이홉·지드래곤·임영웅의 공연이, 뮤지컬에서는 '알라딘',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 '명성황후', 베르테르' 등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연극과 국악의 시장 규모 역시 각각 7.3%p, 13.5%p 증가했다. '꽃의 비밀', '헤다 가블러', '세일즈맨의 죽음'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연극이 흥행하면서 공연가의 활력을 더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김세연 미디어비평가는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교류가 중요한 콘텐츠가 급성장한 반면 영화관은 OTT와의 경쟁 속에서 매력도를 잃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가운데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이은 흥행은 이미 구축된 글로벌 팬덤과 세계관 IP를 기반으로 시리즈·굿즈·콜라보 등으로 확장되는 지속적 소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라며 "한국영화는 개별 작품 중심의 단발성 개봉 구조로, 관객의 장기적 흥미와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