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ㆍ기관 수급 회복⋯투자대기자금도 최대 규모
기업 이익 지표도 개선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 4000선을 돌파하며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현실화되고 구조적 체질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자본시장이 근본적으로 ‘성장형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 정책이 체력 바꿨다…“정책ㆍ수급ㆍ실적의 3박자 상승”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정책 전환이 시장 체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주가지수 상승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을 강력 추진해왔다. 상법 개정을 연달아 밀어붙이며 제도적 기반을 확장했다.
핵심은 상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기반 확충이다. 7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명문화해 주주권리 보장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꾀했다. 이어 추진된 2차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포함돼 소수주주의 권익을 강화했다.
현재 논의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정책 공시 강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투자심리 회복 효과가 나타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100% 소각할 경우 약 84조3000억 원(시총 대비 3.1%) 규모의 소각이 이뤄지며 EPS는 3.2%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 특성상 단순한 EPS 개선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ㆍ기관 수급회복…투자 대기자금도 급증 = 유동성 회복도 이번 랠리의 중요한 축이다. 외국인은 하반기에만 16조9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적 개선이 뚜렷한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성장주 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기관투자자도 같은 기간 4조49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피가 4000선을 향하던 지난주에는 기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 개인이 1조4400억 원, 외국인이 9400억 원을 매도하는 사이 기관은 2조3500억 원을 사들이며 상승을 견인했다.
투자 대기자금도 크게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23일 기준 약 80조1700억 원으로, 한 달 전(64조9800억 원) 대비 15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여건이 양호하고 국내 투자자 예탁금이 80조 원을 돌파해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실적과 유동성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장세인 만큼 단기 조정은 매수 기회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기업 이익ㆍEPS 반등…“한국 증시, 저평가 시장 벗어난다” = 정책 신뢰와 수급 회복이 맞물리며 기업 이익 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2개월 선행 EPS는 338포인트로 9월 이후 14.4%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월 말 9.6%에서 이달 10%를 넘어 섰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ROE가 10%를 달성했지만 일본, 싱가포르, 상해 종합지수의 ROE는 여전히 9.4~9.9%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해당 국가들의 PBR 밸류에이션은 1.32~1.47배로 코스피 대비 높게 거래되고 있다”며 코스피 4000 돌파를 전망한 바 있다.
기업 실적 개선은 정부 정책의 신뢰 효과와 맞물리며 시장 체질을 변화시키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23일 코스피 지수가 3486.19포인트로 전고점을 돌파할 때 밸류업 지수도 1419.71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47.3%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42.7%)을 넘어 섰다. 9월 말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은 166개 사(코스피 128개·코스닥 38개)다. 향후 신규상장기업들의 밸류업 공시를 통한 중장기 성장 계획 제시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들이 공시, 지배구조, 배당 등에서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해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렀지만, 정부의 개혁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혁신은 기업 체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가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