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가 경쟁은 시작일 뿐… 혁신·제도개선이 승부처" [조각투자 쟁탈전 下]③

한 뼘의 땅, 한 소절의 노래도 나누어 소유하려는 욕망이 조각투자의 출발점이 됐다.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으로 쪼개 거래하는 토큰증권(STO)은 이제 제도권 문턱을 넘을 차례다. 자유롭게 토큰증권을 사고파는 유통 플랫폼이 곧 나온다. 수익성을 본 증권사와 기관들이 뛰어들며 시장은 경쟁의 장으로 변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조각투자 쟁탈전의 현황과 새 플랫폼의 의미, 그리고 투자자 지형을 짚어본다.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인가 경쟁 격화…“혁신성도 평가해야”
전문가 “투자자 보호·시장 개방·제도 개선 병행 시급”
증권 범위·블록체인 확장 논의 본격화…STO 생태계 전환기

(오픈AI 달리)

전문가들은 조각투자 거래 플랫폼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혁신성을 고려해야 하며, 선정 이후에도 증권 범위 확대와 블록체인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0일 이효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는 유통플랫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혁신성 반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유통의 안정성만을 위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벤처 기업들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혁신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유통플랫폼을 최대 두 곳 선정한다면, 하나는 안정적인 기반을 가진 곳을 선정하더라도 다른 하나는 혁신적인 벤처 중심의 구성을 선정해 서로 경쟁하며 전체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 조심스럽게 시장을 개척해 온 발행 업체들의 노력이 대형사에 의해 흡수되거나 없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운영의 핵심 과제로 투자자 보호를 꼽았다. 그는 "기존 증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만큼 플랫폼 도입 시 별도의 큰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마련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각투자의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크고 공정가치 평가가 어려우므로, 공시제도 등으로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선임연구위원은 토큰증권(STO) 시장이 글로벌적으로 유형 및 무형 자산이 실물자산토큰화(RWA) 형태로 토큰화되는 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형자산뿐 아니라 특허나 콘텐츠 같은 문화 자산까지도 금융화하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밝다"라며 "한국이 이번 기회에 토큰 증권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토큰증권 시장은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형 수익증권 중심으로만 거래가 되고 있어 매우 제한적"이라며 "투자가 플랫폼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토큰화된 형태로 개인 지갑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증권에 한정된 유통 대상의 범위 확대 △지갑 간 유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 개선(현재는 플랫폼 내 유통에만 초점) △개방형 블록체인 허용 확대를 제시했다.

한 증권사 소속 블록체인 개발자는 시장 확대의 핵심 요소로 증권 종류와 블록체인 확장을 꼽았다. 그는 "현재 사실상 두 종류(투자계약증권, 비금전형 수익증권)에 한정된 증권 구조를 자본시장법상 전체 여섯 종류로 확장해야 하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벗어나 이더리움·솔라나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이나 주식 등 다른 증권이 토큰화로 확산하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현재 수익증권형 유통 플랫폼은 규모가 작고 적자 구조지만, 지금 인가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토큰증권 유통 라이선스 확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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