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안착시켜 제3정당 숨통 트이게 해야”
“위성정당 방지법보다 정치문화 개선 우선” 제언도
“제도 자주 바꾸면 악용하는 힘 있는 정당만 유리”

위성정당으로 인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것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나아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반드시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 요구는 한국 정치가 극심한 양당 독주 체제로 고착화되면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양대 정당이 차지하는 의석 비율이 91%에 달하는 가운데, 양당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적대적 대결 구도만 심화시키면서 '정치적 다원성 확보'라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완전히 분리해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선거제도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도는 필요하지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독식을 도리어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선거구 체제인 데다가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한 만큼 현재 위성정당이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상훈 정치학자는 병립형 회귀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병립형은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석을 따로 배분하기 때문에 큰 정당과 지역 기반이 강한 정당에게 유리하다"며 "진보정당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려는 정당들이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결과적으로 상위 두 정당의 의석 독점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학자는 잦은 제도 변경 자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제도를 많이 바꾸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 승자가 되는데, 준연동형제를 했지만 상위 두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의 효과를 마음대로 변형했다"며 "제도론을 앞세워 판을 뒤흔드는 한국식 정치적 욕망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도 "소수와 약자를 대표하는 정당이 나올 수 있고, 양당 대결 구도를 막으면서 다당제로 가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다만 우리나라 정치 구도가 양자 대결 구도로 돼 있는 만큼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국회에 포진하기 위해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 순수 연동형제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현재 한국 정치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박상훈 학자는 "우리는 영국보다도 심한 양당 독주 상황인데, 양당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포괄하기 위해 수렴적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지극히 적대적으로 정치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당제는 수렴적일 때만 긍정성이 있는데, 우리는 양당제이면서 당내 다원성도 없어 정당의 수를 늘려 다원주의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대해서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상훈 학자는 "양당 모두 지금 이상으로 비례의석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면서도 "위성정당만이라도 안 나오게 하는 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정도만 해줘도 제3정당으로는 숨통이 많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이사장은 "적대적 양자 대결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는데, 이른바 위성정당을 막을 방어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거대 양당에 이용당한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되 위성정당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한다"고 부연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가 제도 자체가 아닌 정당들의 운영 방식에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박상훈 학자는 "제도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오히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는 문화적 기반 형성을 억압한다"며 "위성정당 같은 창피한 짓을 하지 말고, 사회의 다양한 정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정당들이 의견을 조직하라는 압박을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