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틀에 갇히는 증시…한국거래소 거래량 확대가 관건 [‘증시 24시’ 거래시대②]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 연장 논의의 도화선은 넥스트레이드였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반년 만에 주식 거래대금 점유율 32%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대체거래소가 거래소 코스피·코스닥 정규시장 거래대금의 15%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15% 룰’에 따라 거래 종목을 줄여 대처했다. 국내 증시 전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선 분모(거래소 거래대금) 확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을 예고하면서, 거래소도 글로벌 거래시간 경쟁에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12시간 연장은 첫발…24시간이 종착지 돼야” =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초기부터 시장 점유율이 1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15%룰’을 적용받고 있다. 거래소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면서도 급격한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결과적으로 거래 확대를 스스로 막는 구조적 족쇄로 작용했다.

6월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이 거래량 점유율이 31.9%까지 상승하자, 넥스트레이드는 일부 종목을 거래 제외 리스트로 이동시켜 거래가 축소되는 사례 발생했다. 자본시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거래량을 줄이면서, 제도의 목적이 현실과 어긋나게 된 셈이다.

이후 자본시장에선 거래소의 시간 연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대내외 시장 접근성을 향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 시간을 지금보다 더 길게 연장해야 한다”며 “거래소도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 시간을 대체거래소와 동일하게 12시간으로 연장하기로 발표한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거래시간 연장의 ‘빛과 그림자’ =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도입 이후 장단점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

거래시간을 늘리면 시장 접근성이 높아지고 개인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이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다. 근로시간과 주식시장 개장시간이 겹치는 현실에서, 거래시간이 길어지면 투자자들이 시간 제약 없이 매매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트레이딩의 확산으로 주식 거래가 생활화된 만큼, 투자자 기반 확대와 시장 유동성 증진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하루 동안의 거래가 분산돼 시간대별 유동성 편차가 커지고, 개별 종목별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하고, 거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시장 규모가 작고 거래 빈도가 적은 종목일수록 거래시간 연장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총 1000억 원 이하의 일부 종목은 대체거래소에서 급등 거래된 후 정규장 개장 직후 급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스닥 기업 쎄크의 경우 8월 25일 프리마켓에서 일시적으로 23.67% 거래됐지만, 정규장에서 최대 10.02% 하락까지 등락세를 보였다. 이후 8월 26일, 9월 2일, 9월 3일 프리마켓 급등, 정규장 약세라는 패턴으로 투자자들을 혼란케 했다.

이는 국내 중소형주처럼 유동성이 제한된 종목의 경우 거래가 시간대별로 얇게 퍼지면서 스프레드 확대나 급격한 변동성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걸 방증한다.

◇갈 길 먼 거래시간 연장…노조 반발·회원사 이견 겹겹이 = 전향적으로 거래 시간 연장이 추진되면서 잡음이 나온다.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 증권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어서다. 특히 인력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구조적으로 현실적 한계도 만만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거래시간 연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래소는 7월 29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정규장 조기화(8:00∼15:30) △프리(08:00∼08:30)·애프터(15:40∼20:00)(호가이전) △프리·애프터(호가미이전) 등 3가지 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정규장 조기화(8시 개장)’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에 대해 대형 증권사들은 긍정적 입장이나 중소형사들은 “전산·운용 인력의 근무 시간이 새벽으로 당겨지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이 과중하다”고 토로했다. ‘효율성 대 비용’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가 회원사 간 뚜렷하게 엇갈린 셈이다.

업무 과중을 이유로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직원들 반발도 걸림돌이다. 거래소는 노조와의 협상은 모든 안을 열어둔다는 방침이지만 노조, 회원사 간 입장이 다 달라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도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거래시간 연장 시도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거래시간 연장 시도를 중단하지 않을 시, 우리는 증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 이사장 퇴진 투쟁 및 각 증권사에 배당 요구 등 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며, 이러한 혼란의 모든 책임은 거래소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력히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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