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환율 불안이 결정적 변수…"추가 인하 신중"
반도체 호조·소비 개선에도 불확실성 커져 정책 신중 모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환율 불안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하가 경기보다 자산시장 불균형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은은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성장세가 개선되고 있지만, 부동산 대책의 효과와 환율 변동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반기 들어 세 번째 연속 동결로, 금통위가 부동산 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을 통화정책보다 우선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한은은 작년 10월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며 완화 기조로 전환했고, 11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2월과 5월 두 차례 인하를 결정하며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를 막기 위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과열, 원화 약세,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다시 '동결 기조'로 선회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동결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축소하고, 9·7 추가 규제까지 시행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주 대비 0.54%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에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더 줄였다.
강력한 대책 발표 직후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시장에서는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가피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이번 동결의 정책적 의도를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금통위는 동시에 환율 변동성 확대도 주요 고려 요소로 꼽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넘나들며 5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대미 관세협상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으로 환율이 상당폭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외환시장에서 14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1431.0원으로,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처음 1430원대를 회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이 1430원대를 넘어 1450원 이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동결은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반영한 ‘속도 조절’ 성격이 강하다.
다만 경기 측면에서는 일부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올해 성장률은 8월 전망(0.9%)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도 1.6%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 중이다.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근원물가는 2.0%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며, "낮은 수요 압력과 국제유가 안정으로 2% 내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외 경기 흐름과 환율, 국제유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따라 물가 경로는 달라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경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된 반면, 주가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큰 폭 상승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줄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거래량과 가격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금융안정 상황을 살펴보며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대내외 여건 변화와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완화 기조는 유지하되 정책 방향의 변화는 부동산 안정과 환율 흐름이 명확해진 이후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