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연경' 날았는데⋯'최강야구'는 왜 잠잠할까? [엔터로그]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MBC '신인감독 김연경'. (출처=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가을 방송가의 키워드 중 하나, 바로 '스포츠'입니다.

KBO 포스트시즌에서 뜨거운 함성이 이어지는 데다가 다음 달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 전 마지막 A매치를 앞둔 만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 방송가에서는 야구, 축구뿐 아니라 러닝, 격투기, 배구, 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를 활용한 예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는 예능도 있습니다. '신인감독 김연경'인데요. 최근 은퇴식을 진행한 배구 황제 김연경이 제목 그대로 신임 감독으로 나선 이야기를 그립니다. 유튜브, X(옛 트위터) 등에서는 방송 클립 영상이 수십만~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요. 시청률과 화제성 역시 호성적을 쓰는 중이죠.

각종 땀 흘리는 리얼리티가 사랑받는 지금, 그 흐름을 선두에서 이끌던 또 다른 예능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 (출처=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 MBC 공식 종합 채널')

김연경, 신인 감독으로 돌아왔다

최근 은퇴식을 진행한 김연경이 코트 위에 섰습니다. 선수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죠.

MBC 스포츠 리얼리티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은 김연경이 신인 감독으로 필승 원더독스라는 이름의 신생 배구단을 창설해 이끄는 과정을 그립니다. 한국 배구를 대표해온 김연경이 처음으로 고정 출연하는 예능이기도 하죠.

2005~2006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시작부터 남달랐습니다. 신인상·정규리그 MVP·챔피언 결정전 MVP를 동시에 수상한 데다가 공격상·득점상·서브상까지 거머쥐면서 데뷔 첫 해 6관왕을 썼는데요. 일본, 튀르키예, 중국 리그 등에서도 뛰며 세계에 이름을 각인했죠. 2020-2021시즌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 자신이 뛴 8시즌 모두 흥국생명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습니다. 김연경이 뛸 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 4회, 통합 우승 3회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단단한 리더십, 화끈하고 털털한 매력을 자랑하는 만큼 김연경이 뜬 관찰 예능은 곧바로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고정 예능에 도전하면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신인감독 김연경'의 목표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국내 4대 스포츠 가운데 2부 리그가 없는 건 배구가 유일한데요. 선수들이 설 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신인감독 김연경'은 프로 제8구단 창단을 목표로 7개 팀과 맞붙습니다. 3패를 당하면 해체하게 되죠.

은퇴하거나 방출된 선수, 실업팀 선수 등 14명의 원더독스 팀은 언더독의 간절함을 안고 코트 위에 섰습니다. 이 같은 설정은 시청자에게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일종의 '드라마' 같은 요소로 다가가죠.

특히 김연경의 리더십은 프로그램의 핵심 매력으로 꼽힙니다. 선수 시절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어김없이 이어지면서 냉정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현실형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미안하다는 얘기 좀 그만해. 미안하기 전에 (공을) 잘 올려", "분위기가 문제가 아니고 배구를 해야 돼" 등 직설을 날리거나 배구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를 접하고 "우리도 저 전문가들에 대해서 얘기 좀 나눠야겠다"고 맞받는(?) 장면에선 그 매력이 극대화되는데요. 김연경의 전략대로 움직인 문명화가 연달아 블로킹에 성공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대표적인 장면이죠.

시청률과 화제성도 뛰어오르는 중입니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신인감독 김연경'은 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2회 4.0%, 3회 4.7% 등을 기록했고요. 특히 한일전이 펼쳐진 4회는 슈지츠 고등학교와의 접전으로 최고 시청률 5.6%, 전국 가구 시청률 4.1%, 2049 타깃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일요일 전체 예능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10월 3주차 펀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신인감독 김연경'은 TV-OTT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 출연자 화제성 김연경 1위, 전체 비드라마 콘텐츠 5위를 기록했는데요. 단순한 신작 효과를 넘어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와 시청자 충성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계속해서 입소문이 이어지는 만큼 시청률과 화제성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죠.

▲'열혈농구단: 라이징 이글스', '아이 엠 복서' 포스터. (사진제공=SBS, tvN)

복싱→농구…스포츠 예능 인기, 왜?

예능에 발을 들이는 레전드 선출(선수 출신)들은 또 있습니다. SBS에서는 다음 달 '열혈농구단: 라이징 이글스' 방송을 시작하는데요.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이 감독으로 나서죠. 샤이니 민호 등 연예인, 스포츠 스타가 한 팀을 이뤄 아시아 국가대항전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또 채널A는 각기 다른 종목 출신의 선수 출신 여성들이 야구에 도전하는 '야구여왕'을 선보이는데요. 박세리가 단장을, 추신수가 감독을 맡습니다.

이 밖에도 MBN은 '뛰어야 산다' 시즌2을, tvN은 배우 마동석 등을 내세워 복싱 서바이벌 '아이 엠 복서'를 연말 방송하는 등 각양각색의 스포츠를 활용한 예능이 잇따라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포츠 예능은 복싱, 농구, 배구, 러닝 등 종목의 경계를 허물며 리얼리티와 감동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제작비 대비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아 주목하는 모습인데요.

스포츠 예능의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신인감독 김연경'을 비롯해 '골 때리는 그녀들', '무쇠소녀단' 같은 프로그램들은 승패보다 '과정'을 강조하죠. 출연자들이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 팀워크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는데요. 시청자들은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꾸준한 도전을 응원하며 성장과 극복 서사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또한 스포츠 예능은 가족형 콘텐츠로도 강점을 보입니다. 자극적 소재나 대립 구도가 적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면서 주말 동반 시청의 중심이 됐는데요.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풋살 예능으로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얻었고, 실제로 방송 이후 여성 풋살 동호인 수가 크게 늘었다는 통계도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팬덤화와 온라인 확장성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관람자에 머물지 않죠. 프로그램 속 팀이나 출연자를 한 팀처럼 응원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팬덤을 형성합니다. 경기 클립이 계속해서 소비되고 응원 댓글이 콘텐츠로 순환되며 프로그램의 수명까지 길어집니다.

플랫폼 경쟁과 산업적 변화도 스포츠 예능 붐을 뒷받침합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예능 제작에 힘을 주면서 스포츠 리얼리티는 구독 유입을 위한 효자 콘텐츠가 됐죠. 넷플릭스 역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피지컬: 100'에 이어 아시아 대륙으로 무대를 넓힌 '피지컬: 아시아'를 28일 공개합니다.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제공=JTBC)

뜨거웠던 '최강야구' 어디로…매력 포인트 다시 살릴까

JTBC의 '최강야구'는 이 같은 스포츠 예능의 '근본'으로 통했습니다. '한때'요.

프로야구 은퇴 스타들이 다시 한 팀을 이뤄 야구 없는 월요일의 갈증을 채워주던 '최강야구'의 인기는 남달랐습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은 건 물론 직관 티켓까지 매번 매진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최근 들어선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장시원 PD가 이끄는 제작사 스튜디오C1와의 갈등 이후 새롭게 개편한 시즌은 매회 시청률이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방송은 1.5%, 지난달 29일 1.3%, 이달 13일 1.0%, 그리고 20일 0.8%까지 떨어지면서 시청률 1%대까지 붕괴됐죠.

현재 성적표만 놓고 보면 승부는 명확하게 갈립니다. '불꽃야구'는 유튜브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 단위인 데다가 회차별 조회 수 상승세를 유지하며 팬덤 기반 예능의 강점을 입증하고 있죠. '불꽃야구'는 실시간 채팅, 팬 투표, 경기 하이라이트 편집 등 참여형 구조로 시청자와 호흡하는 반면, '최강야구'는 전통적인 중계 중심 포맷에 치중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시청자들 사이 나옵니다.

사실 '최강야구'의 아쉬움은 단순 제작 역량 때문이 아닙니다. 팬덤이 '불꽃야구' 판으로 다수 넘어갔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간절함'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뼈아프죠.

과거 '최강야구'는 승률 7할을 달성하지 못하면 '방송 폐지'라는 강수를 내세워 매번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개편 이후 '최강야구'의 목표는 '최강'이라는 칭호 차지에 그쳤습니다. 방송 폐지를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사라진 만큼 패배에 대한 부담감, 승리를 향한 열망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최강야구'의 과제는 명확한데요. 리얼리티와 예능적 재미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거죠. 이는 스포츠 예능이 흥행을 거두기 위해선 △명확한 목표 설정 △캐릭터 중심 서사 △성장에 초점을 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상황으로도 읽힙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스포츠 예능의 핵심은 경기보다 사람, 기술보다 이야기라는 건데요. 승부 결과에 앞서 차곡차곡 누적되는 감정선과 극적인 서사,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진정성, 하나가 되는 팀워크가 안방의 눈길을 붙잡는 킬링 포인트입니다. 시청자가 한마음으로 응원할 '이유'를 제시할 다음 스포츠 예능은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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