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떡볶이·만두·바비큐 축제…이번 주말, 전국이 살찐다 [해시태그]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원래 가을은 살찌는 계절입니다. 대대로 내려온 명언(?)이죠. 조상님들이 주신 귀한 비기를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가을. 지자체들도 이 뜻을 잘 이어받았는데요. 이번 주말 그야말로 ‘먹고 또 먹는’ 먹거리 축제가 전국 먹짱들을 유혹합니다.

분식 3대장. 김밥, 떡볶이, 만두가 한날한시에 맞붙고요. 탄수화물 파티가 아쉬운 이들을 위해 바비큐도 등판합니다. 엄청난 라인업. 김천은 김밥으로, 대구는 떡볶이로, 원주는 만두로, 서울은 바비큐로 정면 승부에 나서죠.


(사진제공=김천시)


이번 분식 축제 최고 화제는 경북 김천인데요. ‘김천 김밥축제’는 올해로 2회째지만, 준비 규모는 이미 전국구죠. 김천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음식점인 ‘김밥천국’이라는 오명을 오히려 역이용한 축제인데요. 모두 ‘이왜진? (이게 왜 진짜임?)’이라는 물음과 함께 흥분했죠. ‘밈’을 ‘브랜드’로 승화시킨 그야말로 ‘역발상 마케팅’입니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천시는 ‘김밥천국 아님’이라고 명시한 AI 홍보영상도 대거 게재했는데요. 이 또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죠. 지난달 게재된 이 영상은 17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유튜브 댓글에는 “진짜 100만 줄 준비했나 봐”, “케데헌급 퀄리티”라는 반응이 쏟아졌는데요.

축제는 25~26일, 사명대사공원과 직지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판매 부스를 8개에서 32개로 늘렸고, 전국의 이색 김밥과 방송에 나온 유명 브랜드가 총출동하는데요. ‘남보라 김밥’, ‘김가네 팝업스토어’, ‘김천 로컬 김밥’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편의점 CU와 협업한 ‘김밥 쿡킹대회’ 우승작도 처음 공개되죠.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준비도 분주한데요. 김천시는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셔틀버스 노선을 기존 2개에서 6개로 늘리고 차량도 40대로 증편했죠. 축제장은 그저 김밥입니다. ‘단무지존(무지링존)’, ‘오이존(오잉존)’, ‘햄존(햄찌존)’으로 나눴는데요. 재료를 테마로 나눈 구역이라니, 그 자체로 김밥의 세계관이죠.


(사진제공=대구시)


대구는 분식 치트키 ‘떡볶이’로 맞섭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떡볶이 페스티벌’은 24~26일,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리는데요. “여기가 대한민국 떡볶구(區)”라는 유쾌한 슬로건 아래 전국의 대표 떡볶이 브랜드가 총집결합니다.

김천같은 이름도 아닌데 왜 대구가 떡볶이냐고요? 나름 역사가 깊습니다. 6·25전쟁 당시 대구역을 통해 보급된 밀가루가 피란민들 손에서 떡볶이로 재탄생한 건데요. 그 모든 시발점이 바로 대구라는 거죠.

고성동과 칠성동, 대현동 일대의 포장마차에서 시작된 이 음식은 대구 북구의 상징이 됐는데요. 올해 축제에서는 ‘떡볶이 맛볼 존’, ‘외국인 콘테스트’, ‘놀이존 뽀기랜드’ 등이 운영되고 박남정·채연·스페이스A 등 90년대 스타들이 무대를 채웁니다.

이 축제는 원래 5월 예정이었으나, 산불 여파로 가을로 미뤄졌는데요. 덕분에(?) 김밥축제와 같은 주말에 열리며 분식 대전 구도가 완성됐죠.


(출처=원주 만두축제 홈페이지)


강원 원주는 ‘만두의 성지’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원주 만두축제’는 24~26일, 중앙동 전통시장 일원에서 열리는데요. ‘맛있는 이야기, 정겨운 추억’을 주제로, 만두 쿠킹클래스와 경연대회, 플리마켓, 청춘마켓, 문화예술체험존까지 알차게 구성했습니다.

특히 26일 홍보대사 이연복 셰프가 직접 펼치는 라이브 쿠킹쇼가 펼쳐지는데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수유실을 따로 마련했고 보건소·댄싱공연장 두 노선의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합니다.

만두축제는 벌써 5회째인데요. 지난해 방문객이 5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죠. 시에 따르면 만두축제 직·간접 경제 효과는 총 1010억9000만 원으로 추산됐는데요. 직접 경제 효과만도 347억2000만 원에 달합니다. 전통시장 살리기와 미식관광을 동시에 잡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죠.


(출처=서울바비큐페스타 홈페이지)


수도 서울도 빠질 수 없는데요. 노을공원 캠핑장을 무대로 ‘서울바비큐페스타’를 개최합니다. 탄수화물 분식 파티 속 확실한 단백질을 내세웠죠. 25~26일, 도심 속 자연에서 즐기는 ‘K-바비큐’를 콘셉트로 ‘올인원 셀프 바비큐존’, ‘서울 고깃집 3대장’, ‘서울 바비큐 로드’가 운영됩니다. 예약 열기도 뜨거웠는데요. 1차 예약은 30분, 2차 예약은 단 2분 만에 마감됐습니다.

이번 먹거리 축제에는 외국인 관광객 참여도도 높을 예정이죠. 이제 K푸드 열기는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데요.

최근 이슈의 중심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있습니다. 영화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가 김밥과 순대, 어묵꼬치를 나누는 장면은 전 세계 교포들에게 “우리를 스크린에 비춘 순간”으로 회자됐죠.

OST ‘골든’을 부른 오드리 누나(Audrey Nuna)는 NBC ‘지미 팰런 쇼’에서 “김밥이 스크린에 나오자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김밥 도시락을 숨기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며 “이젠 자랑스러운 음식이 됐다”고 덧붙였죠. 너무나 달라진 K푸드 위상이 놀라울 따름인데요.

그 감정은 곧 현실의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GS25의 ‘케데헌 간편식’ 5종은 출시 2주 만에 8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외국인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185%, 김밥 매출은 231% 증가했습니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 2025’ 박람회는 그 흐름을 생생히 보여줬는데요. 농심·팔도·오뚜기·삼양 등 K-라면 4대장이 전면에 섰죠. 쾰른 시내에서는 실제 K-스트리트푸드 매장 ‘서울핫도그’가 핫도그, 김밥, 떡볶이로 구글 평점 5.0 만점을 기록했는데요. 손님의 90%가 현지인일 정도로 인기가 높아 사장 김현수 씨가 “이젠 아르바이트생 없이는 주말을 못 버틴다”고 언급할 정도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주말, 대한민국의 식탁은 거대한 무대가 되는데요. 김천의 들판에서, 대구의 거리에서, 원주의 시장에서, 그리고 서울의 노을 아래 그야말로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진심을 보여줄 때죠. K팝을 따라온 세계가 이젠 K푸드의 냄비 앞에 서 있게 될 주말 지역 축제. 그 누구보다 즐길 준비는 일찌감치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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