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손정의·CATL 회장 등 ‘빅샷’ 총출동⋯'AI 대전환' 속도전 [APEC 경주, 세계 중심에 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 기업인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기업인 행사인 ‘CEO 서밋’에 총집결한다. 정상회의 못지않게 기업 리더들의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뤄질 무대로,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 등 신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O 서밋’ 마지막 날인 31일 기조연설에 나선다. 황 CEO가 한국을 찾는 것은 2015년 스타크래프트2 론칭 행사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그의 방문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 교류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젠슨 황 외에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다니엘 핀토 JP모건 부회장,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 등 유력 인사들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자료제공=삼성전자)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안토니 쿡과 울리히 호만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데이비드 힐 딜로이트 아시아·태평양 CEO 등이 APEC CEO 서밋 참석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밖에 쩡위췬 CATL 회장, 리판룽 시노켐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국내에서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총출동한다. SK가 CEO 서밋의 공식 부대행사인 ‘퓨처테크포럼 AI’를 주관하면서,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AI 생태계 육성 경험을 공유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조선업 포럼에서 AI·탈탄소 기술을 소개하며 방산 중심의 조선 협력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17일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석상이다. 이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CEO,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도 CEO 서밋 무대에 오른다.

이번 APEC은 AI·반도체·디지털전환·에너지전환 등이 주요 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황 CEO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과 별도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황 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 CEO와 함께 올트먼 CEO, 손 회장 모두 APEC 무대 중심에 서게 될 경우, 미국의 초대형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협력 구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오른쪽) 오픈AI 최고경영자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의 쩡위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만남도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배터리와 전기차 공급망을 둘러싼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협력 또는 경쟁 구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상회의 본행사보다 ‘CEO들의 대화장’이 이번 APEC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란 평가다. AI와 반도체, 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한 기업 외교의 중심 무대로,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향방을 가늠할 자리가 될 수 있다. 이번 CEO 서밋은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의 장을 넘어, 각국 산업 전략이 직접 맞붙는 ‘경제 외교전’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칩 공급망, 데이터센터 생태계, 청정에너지 전환 등 글로벌 산업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파트너십과 위상을 확보할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