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K팝 팬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종영한 Mnet '보이즈 2 플래닛'(이하 '보플2')에서 탄생한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이 팬덤을 끌어모은 데 더해 방송가 곳곳에서 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새 시즌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끄는 중인데요. 음악 분야도 다채롭습니다. 쌀쌀한 계절에 생각나는 발라드부터 강렬한 힙합, 풍성한 사운드의 밴드까지 눈과 귀가 즐거울 예정이죠.
이 밖에도 피지컬로 강자를 가리거나 손재주로 승자를 결정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안방극장을 속속 찾을 예정이라 기대를 더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또야?"라는 토로를 내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등장하고 그 중 우승자를 뽑는 포맷이 지겹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다만 여전히 시청자와 방송가의 기대는 큽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무대에서 폭발하는 카타르시스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방송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검증된 흥행 카드로 다시 꺼내 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편성되고, 이미 자리 잡은 시리즈는 시즌을 이어가며 시청자와 다시 만날 채비를 하는 중인데요.
지난달엔 SBS '우리들의 발라드'가 방송을 시작했고요. 이달 14일엔 JTBC 인기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4 -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4')이 베일을 벗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인생 발라드를 공유하고 그 시절 내 노래였던 발라드를 새롭게 불러줄 2025년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는 오디션인데요.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뿐 아니라 노래에 담긴 각자의 시간과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와닿는 포인트입니다. 진정성을 내세운 '우리들의 발라드' 시청률은 1회 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회 5.6%를 기록하더니 3회에서는 6.0%를 찍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승윤, 이무진, 홍이삭 등을 배출한 '싱어게인'은 새 시즌으로 돌아왔습니다. '싱어게인4'는 역대 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만큼 1라운드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요.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인 펀덱스(FUNdex)에서 공개한 10월 3주차 화제성 조사에서 방송 첫 주 만에 TV 비드라마 1위, TV-OTT 통합 비드라마 2위에 오르며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16일에는 Mnet 힙합 걸그룹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가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015년 제시, 치타를 배출한 프로그램의 후속편인데요. 이번엔 팀입니다. 글로벌 힙합 걸그룹 결성을 목표로 한일 합작 형태로 제작됐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 쟁탈전'뿐 아니라 랩부터 안무, 스타일링까지 모두 직접 창작하는 무대도 재미 요소입니다.
Mnet은 오늘(21일)부터 보이밴드 서바이벌 '스틸 하트 클럽'도 방송을 시작합니다. 기타, 드럼, 베이스, 보컬, 키보드 각 포지션별 개인 참가자들이 청춘의 낭만과 날 것의 감성, 무대 위 본능을 무기로 '최후의 헤드라이너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글로벌 밴드 메이킹 프로젝트인데요. 스쿨 밴드부터 인디 뮤지션, 아이돌, 배우, 글로벌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출신'의 참가자들이 함께합니다. 역시 한국 연주자들과 일본 밴드의 '한일전'이 예고돼 있어 흥미를 돋우죠.

오디션 열풍은 단순히 '음악'에 머물지 않습니다. 방송사는 물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까지 다양한 분야로 경쟁 포맷을 확장하면서 신선한 경쟁 구도와 성장 서사를 만들어내려고 동분서주 중이죠.
그 일환에서 베일을 벗은 게 쿠팡플레이의 '저스트 메이크업'입니다. 국내 최초 뷰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콘셉트와 기술력으로 맞붙는데요. 국내 톱 배우, 인기 아이돌을 담당하는 유명 숍 아티스트는 물론 수백만 팔로워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신예 뷰티 크리에이터들까지 총 60인이 모여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칩니다.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서는 일찍이 입소문을 탄 프로그램은 반응도 좋습니다. 공개 첫 주 인기작 1위 자리를 꿰찬 데다가 2주차 공개 직후에는 첫 주 대비 시청량이 665% 상승하는 등 수치로 입소문을 증명했죠.
'저스트 메이크업'은 앞서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친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 작품인데요. '흑백요리사'가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톱10 순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끈 만큼 '저스트 메이크업'은 K뷰티의 경쟁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은 국내 최초 K-베이커리 서바이벌 '천하제빵'을 준비 중입니다. '보이스퀸', '흑백요리사', '골목식당',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연출한 제작진과 케이베이커리글로벌이 공동 투자한 프로젝트로, 전국 팔도에서 모인 명장, 세계적인 파티시에, 제야의 제빵사까지 전 세계 72명의 제과제빵사가 계급장을 떼고 경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K-푸드를 비롯한 K컬처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상황인 만큼 K-빵을 중심으로 펼쳐질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죠.
음악뿐 아니라 음식, 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뻗어나가는 이유는 경쟁 서사가 이미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승패 경쟁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성장, 팀워크를 조명하는 일종의 K-드라마 요소가 킥포인트로 통하죠.
제작 환경의 변화도 한몫합니다. OTT와 SNS 중심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화제성과 팬 참여 지표로 갈리는데요. '보플2'는 1%도 되지 않는 시청률에도 클립 조회 수와 해시태그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투표를 통한 참여형 팬덤 구조는 방송 이후에도 지식재산권(IP) 확장에 용이한데요. 방송사는 이를 통해 판권 수출·음원·콘서트·굿즈 등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팬덤을 확보합니다. 방송 하나로 스타 발굴·팬덤 형성·해외 수출이 가능한 포맷인 셈이죠.

오디션 프로그램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공정한 경쟁 구도 덕분입니다.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무대에 설 수 있고,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믿음이 시청자에게 희망과 대리만족을 안기죠. 특히 투표, 댓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유 등 참여형 시스템은 시청자가 직접 판정의 주체가 된다는 경험을 제공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를 높입니다.
하지만 이 공정함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경쟁 구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편집과 자극적인 연출, 이른바 '악마의 편집' 논란은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거듭되곤 하는데요. 이밖에도 제작진의 개입,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 특정 출연자에게 쏠린 분량 등은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출연자 개인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방송 노출이 곧 데뷔의 기회이지만 악성 댓글과 사생활 노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데요. 제작진에겐 참가자들의 사생활도 주요 리스크로 통합니다. 실제 '흑백요리사', '보플2' 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사생활 논란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들의 발라드' 박성훈 CP는 한 인터뷰에서 "저희가 한국 사회에서 출연자들에 대해서 권한을 가지고 뒷조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다고 한들 제대로 된 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게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저희로서는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대중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편하게 대화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잘 검증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어 "또 SM C&C와 제작을 같이 하고 있지 않나. 대중의 많은 시선을 받는 사람이 어떤 것까지 감내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저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체크하고 있다. 뒷조사는 아니지만 어떤 오해를 살 수 있는지까지 조언해주고 있다. 이런 것까지 도움받을 수 있구나 싶더라. 큰 걱정 없이 안전하고 기분 좋은 부분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죠.
수많은 경쟁과 논란 속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제작진의 책임 있는 연출과 출연자 보호 장치가 필수입니다. 자극적인 편집보다 참가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정성이 시청자를 설득하는 시대죠.
결국 오디션의 힘은 이야기에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장의 순간은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서사인데요. 불확실성의 시대, 오디션 프로그램 속 무대는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노력과 공정함이 통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