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부동산 시험대 ‘10·15 대책’...“또 규제의 늪” [부동산 정책 20년의 교훈③]

盧·文 정부와 닮은 규제 일변 대책
“시장 ‘서킷브레이커’ 효과 길어야 6개월”
“공급 확대 없인 약효 단기형 사이클 반복”

이재명 정부는 이달 15일 출범 4개월여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하고, 고가주택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등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혔다.

이투데이는 10·15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과 한계를 짚어보기 위해 본지 자문위원인 부동산·금융시장 전문가들과 지상좌담회를 진행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이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도 수요억제책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얼어붙게 하겠지만,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가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과 유사해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전세 축소·거래 단절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어 정비사업 활성화 등 공급 확대 중심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 억제 효과는 확실...전세 불안 우려도”

-20일부터 토허구역 규제가 적용되면서 갭투자 수요가 불가능해져 거래 위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정부처럼 '핀셋 규제' 수준이 아닌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규제를 적용하면서 수요 억제 효과는 확실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데?

▲박원갑: 지금은 시장이 유탄을 맞은 꼴이 됐다. 서울 강남 지역은 맷집이 세서 별로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어도 외곽 지역일수록 타격이 심할 거로 보인다. 외곽의 경우 거래 단절이 심화되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양지영: 광범위하게 서울 전체를 규제지역과 토허제로 지정했고 수도권 주요 지역들도 3중의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반등했던 과거와 조금 다르게 시장이 반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3구나 용산과 같이 자산가들이 움직이는 시장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상당히 많이 위축이 될 거고, 너무 많이 위축이 돼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선: 갭투자는 전면 차단될 수밖에 없고, 실수요자 위주로만 수요가 재편되니까 아예 외지인 투자나 이런 것도 사라지는 거다. 그럼 가격이 좀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갭투자가 차단된다고 하면 그만큼 전세 공급도 줄어드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盧·文 정부와 닮은 수요 억제책...같은 실수 반복 말아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부동산 대책과 규제 중심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정책 기조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정부 모두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 강화, 다주택자 압박,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처방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시나?

▲임미화: 문재인 정부 때가 제일 집값 급등의 피크였다. 당시를 생각해보 정권 초반에 수요를 억제하기만 하고 공급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다가 정권 막판에 급하게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게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본다. 처음부터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 대책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양지영: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는 유동성이 풍부해진 시점에 단순히 투자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 잦은 수요 억제책을 펴 풍선효과가 발생했던 게 패인이 됐다.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수요 억제책, 그 중에서도 특히 이제 핀셋 규제를 하게 되면 그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를 찾기 마련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뭔가 하지 않는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해당 정권 시기에 집값을 안정화해야 된다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부분에 있어서 시장에 그렇게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수요 억제를 할 게 아니라, 우선 근본적인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이례적인 초강력 규제...또다른 부작용 우려도”

-이번에는 과거 정부에서 나온 여느 대책보다 유례없이 강도 높은 수요 억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부작용도 더 크게 따를 거라는 의견도 나오는데?

▲김효선: 사실 토허제는 수도권 집값 과열을 잡는 용도로 활용하기보다는 보통 개발 계획이 세워지거나 사라지거나 할 때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 토허제는 사유 재산을 허가 받아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 재산권 침해에 대한 이슈도 상당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규제로 갭투자가 차단된다고 하면 전세 공급도 차츰 줄어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입주 물량 감소 등 다른 시장 상황과 맞물리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고준석: 강남3구와 용산에 대해서만 토허구역 규제가 적용됐을 때 보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었지만, 가격을 낮추는 등의 효과는 없었지 않나? 그럼에도 서울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건데, 과거 정책 적용 사례를 좀더 분석해서 그에 기반해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은형: 이번 규제는 주식 시장에서 거래를 일시정지시키는 '서킷 브레이커' 같은 것이다. 인위적으로 거래를 정지시켜서 시장 안정을 꾀한 건데, 이런 규제를 계속해서 할 수는 없지 않나. 지난 상반기 서울시가 토허구역 규제를 해제했다가 집값이 튀어오르자 재지정한 일도 있었다. 내년 연말까지인 토허구역 규제를 해제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번 정책 효과가 장기적일 수 있다고 보나? 효과가 어느정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지?

▲박원갑: 이번 대책 같은 규제는 3개월~6개월 정도의 단기 처방이다. 장기 처방은 공급 대책이다. 지금은 강남을 포함한 한강변 공급이 없어서 난리이지 않나. 해당 지역에 대한 명확한 공급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임미화: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흘러가면서 당분간 매매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원래 계속 과열되던 강남 지역 포함해서 강북 지역까지 똑같이 서울 전 지역이 규제로 묶였지 않나. 사실 그다지 영향이 없었던 지역까지 똑같은 조건으로 묶은 건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 등 필요”

-정부가 추가 보완책을 내놓는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

▲김효선: 결국 핵심은 공급이다. 현재 과열되는 지역을 봤을 때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입지와 유형은 굉장히 명확하다. 지금은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도 보여주는 정책이 나와줘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규제로 묶이면서 정비사업이 더 어렵게 됐는데 정부가 해결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

▲고준석: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 되니까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정비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는 식으로 보완책을 내놓는 게 가장 안정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본다.

▲박원갑: 정치권에서 보유세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제는 조심스러워서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직은 건드리기 이르다고 본다. 이번에는 '상급지 갈아타기'나 '똘똘한 한 채'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규제를 한다든지, 고가 1주택자 상속 공제를 더 축소한다든지 등 여러가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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