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대장 단지로 꼽히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인근 부동산 상가는 한산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전 마지막 기회”라며 매수 문의가 몰렸지만 규제지역 지정이 효력을 발휘하자 현장이 급격히 식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10년째 중개업을 하는 A씨는 “15일까지는 전화가 계속 울렸다. 10억 원 이하 급매물을 찾는 사람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졌다”며 “오늘 오전엔 안산에서 서울 입성을 위해 연락한 신혼부부가 규제 소식을 미처 듣지 못했다가 알게 되자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규제지역 대출 한도가 줄면서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거래심리가 위축됐다. 대책의 효력은 규제지역 지정이 16일부터 적용됐고 토허제 구역은 20일부터 적용된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들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축소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가 함께 시행되면서 대출에 의존하던 실수요층이 가장 먼저 멈췄다.
예컨대 봉천동 8억 원 아파트를 매매하려면 기존에는 5억 원대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3억 원 남짓으로 줄어들어 2억 원의 추가 현금이 필요하다.
A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실수요자라 대출이 막히면 시장이 바로 멈춘다”며 “전세를 끼고라도 사려던 사람들도 토허제 얘기가 나오자 바로 접었다”고 했다.
금천구 현장에서는 규제 시행 전 잠깐의 ‘막차 거래’가 나타났다. 금천구 시흥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막상 살만한 물건이 없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세가 껴야 움직이는데 오늘부로 그런 물건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 직후 일부 투자자들이 전세가 낀 매물을 중심으로 막판 거래를 시도했지만 토허제가 본격 시행되면 앞으로는 전세 낀 거래 자체가 제약을 받게 돼 현금 여력이 있는 실입주 수요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말에 찾은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북구 삼각산동의 한 공인중개사 C씨는 “15일까지는 막차를 타려는 손님이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전화가 없었다”며 “대출이 줄고 앞으로 전세를 끼고 살 수도 없으니 젊은 사람들은 아예 관심을 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도봉구 창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D씨도 “토허제가 시행되면 전세 낀 매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손님들이 다 선회했다”며 “이 동네는 투자보다 실입주 수요가 대부분이라 강남과 달리 대출이 줄면 거래가 바로 멈춘다”고 토로했다.

이번 규제로 재건축 추진 단지의 거래가 사실상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D씨는 “재건축 얘기 나오던 단지도 다 멈췄다. 허가를 받아야 거래할 수 있다니까 다들 겁을 먹었다”며 “이사하려던 사람도 지금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강남을 겨냥했지만 결국 실수요자들이 먼저 막혔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A씨는 “강남은 현금 있는 사람들이라 상관없다. 여긴 대출 없으면 집을 못 산다”며 “결국 서민층부터 막힌 셈”이라고 말했다. D씨도 "노도강을 규제할 이유가 있었나"라며 "돈 모아 내집마련 하려는 서민들은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