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체감 GDP 대만보다 2만달러 낮아"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한국의 실질 생활 수준이 대만보다 연간 약 2만달러 낮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 나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올해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매력 기준(PPP) 1인당 GDP는 이미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구매력 평가(PPP) 기준 1인당 GDP를 6만5080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6만2885달러)보다 3.5% 상승했지만, 대만(8만5127달러)과의 격차는 2만47달러로 벌어졌다.

PPP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 수준과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지표로,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데 활용된다. 물가가 안정된 국가는 동일 소득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어 PPP 기준 GDP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IMF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1980년 2200달러, 1990년 7741달러, 2000년 1만7432달러, 2010년 3만2202달러, 2020년 4만7881달러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만은 1980년 3214달러에서 2020년 5만7996달러로 늘며 한국을 계속 앞섰다.

올해 명목 기준으로도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7827달러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3만5962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순위 역시 대만이 12위(미국 11위)로, 한국보다 23계단 앞섰다.

대만의 높은 생활 수준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기반한 안정적 실질 성장세 덕분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추정한 대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1.7%에 그쳤다.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5.3%)보다 크게 낮고, 지난해(2.18%)보다도 안정적이다. 내년 물가 상승률도 평균 1.5%로, 통상 목표치(2%)보다 0.5%p 낮게 예상됐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의 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곧 2%대를 웃돌았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로, 대만(1.97%→2.95%→2.49%→2.18%)보다 매년 높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 내년 1.9%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9월 물가는 전년 대비 2.1% 상승하며 가공식품(4.2%), 수산물(6.4%), 축산물(5.4%) 등이 두드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라며,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인건비·임대료 상승과 농가 생산성 저하, 농산물 공급 다양성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국정감사에서 "국내 생필품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 적기 때문"이라며, "시장 개방과 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보고서에서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상품보다 더 큰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