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흐름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정책을 내놨으나 부동산 시장은 그 방향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누를수록 튀어 올랐고 밀어 올리는 만큼 뜨지 못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제대로 구현된 정책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정책이 시장을 왜곡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취임 후 약 3개월이 흐른 2003년 5월 23일 '주택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김대중 정부의 IMF 극복을 위한 규제 완화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다.
당시 대책에는 투기지역 내 주상복합·조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금지, 부동산 과다보유자 세 부담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무조사 인력 3000명을 투입해 불성실 중개업소·투기협의자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KB부동산의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2년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30.8% 상승하며 활활 타올랐다. 2002년 1월 6.49%까지 치솟았던 월간 상승률은 2022년 4분기부터 2003년 1월까지 0.06% 상승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과열 양상을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직후부터 오름폭을 키웠다.
2003년 3월 0.59%, 4월 1.88%를 나타냈고 노무현 정부 첫 대책이 나온 5월은 2.54%까지 높아졌다. 이후 대책 효과가 반영되면서 6월 0.9%, 7월 0.64%로 오름폭이 줄었다. 그러나 8월부터 10월까지 1~2%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다시 급등세를 탔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0월 다시 한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주택거래신고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10·29 대책)과 종합부동산세 추진 계획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후 1년여 정도는 효과를 발휘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10·29 대책 발표 뒤인 2003년 11월부터 2004년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대체로 완만한 내림세를 탔고 2004년 연간 1.02%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5년 다시 9.1% 상승했고 2006년에는 24.1%로 급등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길어야 1년이면 끝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던 시점에 출범했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초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이 겹치면서 과열이 극단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회 이상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전방위적인 수요 억제책을 시행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대책이 나오면 집값 오름폭이 다소 줄었다가 커지고 다시 대책이 제시되는 모습이 반복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2018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3.6%를 기록했고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3%, 16.4% 올랐다.
역설적이게도 서울 아파트값은 부동산 가격 누르기에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폭등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30평형의 가격은 119% 올랐다. 노무현 정부의 상승률은 80%에 달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본지 자문위원)은 "금리 인하란 거시적 환경을 외면하고 투자 수요를 차단하겠다면서 잦은 정책을 폈던 게 문제"라며 "특히 핀셋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로 수요자들이 몰려 풍선효과가 나타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가치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시기에 특정 자산만 찍어서 가격이 오르면 안 된다고 규제한 게 현실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시장 활성화 정책도 큰 효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대폭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와 전임 정부의 강력한 규제 부담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위축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기준 시가 공제액을 상향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했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는 한편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세제·금융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활력을 찾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 서울 아파트값은 3.2% 올랐다. 2009년도 2.6%에 머물렀다. 2010~2012년은 0.4~4.5%가량 하락했다.
박근혜 정권도 이명박 정권과 마찬가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규제 해소를 지속했으나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취임 첫해인 2013년 서울 아파트값은 1.84% 하락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1.1%, 5.6%, 4.2% 상승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정책 기조가 같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과 2024년의 등락률은 -6.28%, 2.84%다.
양 위원은 "대책이 많을수록 시장이 왜곡되고 집값을 자극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것은 정책이 제일 적게 나온 김영삼 정부 때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게 효과적이란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