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공매도 잔액 코스피시장 2위
‘업황 회복 기대감’ 이차전지도 베팅 몰려

국내 증시 랠리의 중심에 선 반도체 업종이 공매도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단기간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과 위험회피를 동시에 노리며 하락 베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삼성전자 공매도 거래대금은 10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143억 원에서 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공매도 거래대금도 275억 원에서 913억 원으로 약 3.3배 불었다.
다른 반도체 관련주 공매도 잔액 규모도 크다. 공매도 잔액은 투자자가 공매도하고 난 뒤 숏커버(공매도 청산을 위한 재매입)를 하지 않고 남은 물량의 액수를 뜻한다. 15일 기준 한미반도체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6435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다. 대덕전자 공매도 순보유 잔액(606억 원)도 상위 10위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업종이 이끄는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과열 우려가 불거지며 분산투자 수요가 공매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KRX 반도체 Top15 지수와 KRX 반도체지수 수익률은 각각 18.90%, 17.4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9.47%)을 1.8배 넘게 웃돌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단기 급등에는 단기 공매도가 따라붙는다”며 “최근 반도체주 하락 베팅 역시 기업 펀더멘털 훼손에 따른 투자자 이탈 현상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위험회피 차원의 대응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주와 비슷한 배경으로 공매도 압력을 받는 업종은 이차전지다. 15일 기준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각각 3798억 원, 3430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 상위 4, 5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2766억 원), 엘앤에프(1772억 원) 등도 그 뒤를 이었다.
에코프로비엠(4955억 원)과 에코프로(3951억 원)에 걸린 공매도 베팅 규모는 코스닥 시장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전기차 업황 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치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치를 경신하고 미·중 무역 갈등에 국내 배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 등이 그 배경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지수 상승 흐름에서 소외된 상황에서도 주가 하락 심리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셀트리온(8023억 원), 유한양행(1501억 원) 등을 비롯해 HLB(2136억 원), 펩트론(1655억 원), 삼천당제약(1167억 원) 등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표적이 됐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이오 섹터 하락세는 다른 섹터로의 수급 이동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매년 4분기 펀더멘털과 무관한 섹터 조정이 이뤄졌지만, 남은 기간 주요 기업들의 기술이전(L/O) 체결이 공시되며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