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입센, 담즙정체성 간 질환 분야 집중

입센코리아가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경구용 치료제 ‘빌베이(성분명 오데빅시바트)’를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이달 국내 출시했다. 빌베이는 간 이식 이외의 치료법이 없었던 PFIC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전망이다.
17일 입센코리아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빌베이의 급여 출시 소식과 함께 임상적 가치를 설명했다. PFIC는 소아기에 주로 발병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극심한 가려움증, 성장 장애, 간부전 등을 유발하며, 환자들은 수면부족과 학업중단, 사회적 고립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
빌베이 개발 전까지 PFIC는 간이식 이외에 명확한 치료 수단이 없었다. 경구용 치료제가 등장해 환자들은 비침습적이고 지속가능한 치료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21년 빌베이를 승인했으며, 한국에서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로 빌베이가 선정돼 올해 10월부터 급여화됐다.
PFIC 이외에도 빌베이는 ‘알라질 증후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알라질 증후군 역시 담즙정체로 인해 간, 심장, 안면, 척추 등 여러 기관에 영향을 주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입센코리아는 해당 적응증에 대해서도 국내 정식 허가와 급여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서지현 경상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도입되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을 신청해 들여올 수도 있지만, 그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약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흔하다”라며 “소아소화기영양학회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국내 희귀 간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실로 빌베이가 도입돼 뜻깊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빌베이는 먹는 약이기 때문에 아이와 보호자가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올 필요가 없고, 아이의 밥이나 우유에 타서 복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높다”라며 “지방에 거주하며 지역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큰 장점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간이식은 평균 10% 이상의 실패율과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제안하게 된다”라며 “간이식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상황에서 빌베이가 환자를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빌베이가 거친 허가-평가-약가협상 패스트트랙 시범사업은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일반적인 협상 과정만큼 지난하고 의견 충돌이 많아 2023년부터 시작해 2년 이상 시간이 걸려 올해 10월에야 출시하게 됐다”라며 “시범사업이 조속히 제도화돼 PFIC 환자뿐 아니라 다른 소아 환자들도 빨리 치료제를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입센코리아는 희귀 담즙정체성 간 질환 분야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울 방침이다. 현재 빌베이 이외에도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치료제 ‘아이커보(성분명 엘라피브라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커보는 올해 7월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급여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미선 입센코리아 대표는 “희귀 간 질환은 질환 자체의 복잡성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부족, 치료 접근성 제약 등 다층적 어려움이 있다”라며 “치료제 공급을 넘어, 환자 삶의 변화를 위한 제도·사회적 환경 조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