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의료 산업에서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필수지만 동시에 골칫덩이다. WHO는 의료 활동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85%가 일반 폐기물임에도 대부분 소각·매립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미국만 보더라도 매년 170만 톤 이상의 의료용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문제는 이 막대한 쓰레기가 단순한 환경오염을 넘어 탄소배출·규제위험·비용 부담이라는 삼중고로 의료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틈을 파고든 기업이 있다. 국내 스타트업 애드벤처(AddVenture)는 의료 플라스틱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단순히 녹색 이미지를 내세우는 수준이 아니라 의료 산업이 요구하는 내구성과 위생성을 확보하면서도 사용 후 생분해·재순환이 가능한 구조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대표 기술인 'EHP(Eco-friendly Hydrolyzable Polymer)'는 의료 멸균 포장재처럼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폐기 이후에는 생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PLA나 PCL이 갖던 취약점을 보완해 의료 패키징에 적합한 4세대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평가된다.
또 다른 축인 ECO-PVC 순환 솔루션은 의료 현장에서 쏟아지는 비감염성 PVC를 순도 99.9% 수준으로 정제해 필름·시트·멤브레인으로 되살린다. 소각 대신 업사이클링으로 이어지며 기존 재활용 공정과 확연히 다른 경제성을 제시한다. 여기에 1,3-PDO 기반 바이오 고분자 기술까지 더해 애드벤처는 원료–제품–재활용까지 이어지는 ‘풀사이클 친환경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시장에서 검증됐다. 2024~2025년 생산된 EHP는 전량 선계약으로 판매 완료됐으며 이는 단순한 친환경 홍보가 아닌 실제 의료·고부가 시장의 절실한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업계가 찾던 것은 '환경을 생각하지만, 산업 현장에 맞는 소재'였고 기업은 그 답을 내놓았다.
이의곤 대표는 “의료진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의 요구를 바로 기술 설계에 반영한 것이 큰 힘이 됐다”라며, “환경 규제에 대응하며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바이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했다”라고 말했다.
애드벤처의 행보는 국가 경쟁력 논리로 확장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의료용 고분자·PVC를 국산화해 수입 대체 효과를 낼 수 있고 EU의 2030 규제를 앞두고 친환경 소재 수출 기회를 잡으며 수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파일럿 생산–양산–응용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자리 잡으면 신규 고용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확대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기업은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에 양산 설비 입주 의향서를 제출해 2028년 대량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울산·화연 등 지역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산학연·병원 협력도 촘촘히 이어가고 있다.
자금 조달 역시 국가 과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부산 초기창업패키지와 디딤돌 사업은 단순 연구비 지원과 바이어 네트워킹, IP·R&D 지원 등으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향후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자금 확보와 의료·바이오 기관의 시드 투자로 성장 자본을 마련할 계획이다.
파트너십도 다양하다. 고려대학교와 고분자 합성·성능 평가를 공동 연구하며 논문을 준비 중이고 의료기기 전문 기업 ㈜NRT와는 임상 니즈를 반영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자본–시장 삼각축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환경문제를 푸는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한국이 글로벌 친환경 소재 표준을 주도하는 기술 기반 ESG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