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립, 민주화 이후 최악…국회 책임론도 [공존의 붕괴, 양극화 시대③]

“이기기 위해 밟아야”…승자독식 구조·정당정치 붕괴 탓

양극화는 더 이상 경제의 언어가 아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삶의 간극이 벌어지며 불평등은 제도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
정치의 언어는 타협이 아닌 대립으로, 경제의 온도는 계층에 따라 극단으로 갈라졌다. 부와 일자리, 교육과 기회가 양극단으로 치닫자 중산층은 붕괴되고 청년 세대는 계층 이동의 희망을 잃었다. 공존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념보다 감정이 정치의 기준이 되고 사회는 협력 대신 불신으로 굳어갔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안에서도 최소한의 공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는 이제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다. 성장과 신뢰, 민주주의의 토대를 동시에 흔드는 시대의 균열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본지는 그 균열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시 공존의 질서를 세우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韓 사회 갈등 중 정치가 1위
4년 새 정치·지역 갈등 더 심각해져

한국 정치의 갈등이 한계점을 넘어섰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전장이 됐고 집권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는 서로를 ‘똘마니’라 부르며 비난전을 이어갔다. 토론과 협치는 실종됐고, 남은 건 진영의 대결과 혐오의 언어뿐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 대립이 가장 극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승자독식 형태의 정치 구조와 정당 정치의 붕괴가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14일 한국리서치가 올해 5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설문조사(중복 응답 허용)한 결과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크다’(92%)고 답한 응답률은 92%였다.

부유층과 서민층(88%), 기업가와 노동자(86%), 정규직과 비정규직(81%)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80%대인 것과 비교하면 정치 갈등이 경제·계층 갈등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여야 갈등이 아주 크다’는 응답은 2021년 58%에서 올해 76%로 1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진보·보수 갈등이 ‘아주 크다’고 본 응답도 53%에서 70%로 높아졌다.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지난해 총선과 비상계엄 선포, 올해 탄핵과 조기 대선 등을 거치며 정치 대립은 4년 새 사회 전반에서 더욱 심화됐다.

국회 역시 ‘국정감사의 계절’에도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감을 통해 “내란 세력의 폭정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보여주기식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맞받았다. 심지어 장 대표는 상임위원회를 ‘민생 싸움터’라고 칭했다. 국감이 정부 감사가 아닌 ‘정치 공방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승자독식 형태의 정치적 구조와 정당정치의 붕괴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거대 양당의 세력이 고착화되면서 ‘상대만 떨어뜨리면 된다’는 적대적 분위기가 막말과 분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 내세운 당원 중심 정당 운영 방식이 오히려 강성 지지층을 키워 정당 통제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은 “소선거구 제도, 대통령제 등 승자독식 정치제도가 타협을 배제했고, 정치인들도 자신이 이기기 위해 양극화를 이용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당원 중심 정당이 ‘강성 당원 중심 정당’으로 변질되며 당의 통제력과 제도적 신뢰가 함께 무너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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