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공공·민간 상호보완 구조로…"DSR 등 규제 특례 필요" [노후 버팀목, 주택연금 그늘 下]

HF 편중 구조 고착…민간 상품 '있으나 마나'
미국·영국선 민간 시장 활발…공공·민간 상호보완
"DSR 등 민간 상품 규제 풀어야"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주택연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택연금 시장이 사실상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편중되면서 민간 부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간 주택연금 활성화와 금융 규제 특례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택연금 시장은 공공과 민간이 모두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금공이 운영하는 공공형 상품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공공형 상품이 비소구·종신형 구조로 설계돼 있지만 민간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은 소구·만기형 위주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서다.

민간 주택연금은 만기가 존재해 평생 지급이 보장되지 않는다. 주금공의 주택연금과 달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서 판매 중인 상품은 연금 지급 기간이 10~30년으로 제한되고 주택연금으로 받은 금액이 주택 담보가치를 초과하면 초과분을 상환(소구형)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가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연금액이 충분히 산정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민간 상품의 판매 실적이 매년 10건을 밑돌며 지지부진한 원인이기도 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민간 주택연금이 공공 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발히 운용되고 있다.

민간 시장만의 차별화 포인트도 뚜렷하다. 미국의 경우 공공 주택연금은 주택 가치를 최대 115만 달러까지 인정하지만 민간 상품은 40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 가입 이후 주택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매년 조정할 수도 있다. 일부 상품은 차액 상환 의무가 없는 비소구형으로 설계돼 공공과 민간 시장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영국도 민간 금융회사가 주택연금 시장을 주도하며 비소구·종신형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민간 시장 활성화를 통해 공공 주택연금이 닿지 못하는 제도 밖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전체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민간 주택연금 해외 사례 및 활성화 필요성' 보고서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규제 완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민간 금융사가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상품 개발에 나서고 정부도 DSR·LTV 등 주택 관련 규제에 대한 특례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5월 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12억 원 초과 주택 대상 종신형 상품 '내집연금'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공시가격 12억 원을 넘는 주택이 많은데 그렇다고 수십 년을 살아온 집을 떠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은행권이 주거를 유지하면서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금공 상품과 유사하게 대출 한도나 규제를 완화한다면 민간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분한 제도 홍보와 인식 개선 등을 통해 고객 수요를 먼저 확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 수는 없다"며 "수요가 충분히 확보된 뒤 DSR 적용 특례 등 규제가 완화도면 고객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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