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역성장 위기
우크라 전쟁·중국 의존·미국 관세 등 악재 잇따라
“독일이 재채기하면 유럽은 감기...EU 회원국 성장 위협”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올해 3년 연속 역성장 위기에 놓였다. 제조업 경쟁력 하락과 미국 관세 등이 독일 기업과 시장 발목을 잡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연방 통계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작년 2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이다. 유럽연합(EU) 평균이 0.2%인 데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주변국 모두 성장세를 이어간 것을 고려하면 뼈아픈 성적이다.
특히 2023년과 지난해 연달아 연간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독일은 사상 첫 3년 연속 역성장도 눈앞에 두게 됐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내년이 오기 전에 실질적인 회복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유력지 도이체벨레(DW)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의 대러 제재에서 비롯된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이 결정적이었다고 짚었다. 저렴한 에너지와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제품을 생산하던 독일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전쟁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DW는 지적했다.
중국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이후 중국과 독일의 무역은 급변했다.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독일의 대중국 수입은 60% 넘게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기계 수입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의 관세 부과 등으로 독일의 중국산 구매가 크게 줄었지만, 독일의 두 핵심 사업인 자동차와 기계 공구는 더는 대중국 순수출 대상이 아니게 됐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독일 경제를 흔들고 있다. 독일 GDP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전인 1분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0.3% 증가했다가 2분기 감소한 것이 대표적인 결과다.
그 밖에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심해진 점, 내수 시장의 침체, 중소기업 중심으로 제조업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금융 부담을 겪는 점 등 여러 요소가 독일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7월 최저임금을 2년간 14% 인상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커진 재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독일이 재채기하면 유럽은 감기에 걸린다’는 진부한 표현은 여전히 유럽연합(EU)의 경제와 정치 지형에 미치는 독일의 막대한 영향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며 “독일의 경기침체가 유럽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회원국들의 결속력과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