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담보 대신 신용으로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기술신용대출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서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제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11조936억 원으로 1월(302조2948억 원) 이후 7개월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68만621건에서 69만1184건으로 0.8% 증가했다. 완만하지만 꾸준한 회복세가 이어지며 기술금융이 다시 혁신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별로 보면 특수은행 중심의 편중이 두드러졌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년 새 108조9934억 원에서 126조5738억 원으로 16.1% 증가하며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농협은행도 190조291억 원에서 200조561억 원으로 약 10조 원 늘었다. 반면 산업은행은 정책자금 재조정 여파로 29조304억 원에서 20조524억 원으로 30% 감소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5.3%), 우리은행(−7.5%), 신한은행(−2.9%), 국민은행(−6.4%) 등 주요 4대 은행 모두 감소세를 보였고, 지방은행 잔액도 1년 새 0.2% 줄며 정체됐다.
건수 기준으로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기업은행은 23만9839건에서 26만8122건으로 11.8% 늘었고, 농협은행은 7만7643건에서 8만6356건으로 11.2%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15.0%, 우리은행은 12.1%, 하나은행은 6.0%, 신한은행은 5.5% 각각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의 확대세가 정책금융기관에 집중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리스크 부담으로 소극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부담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늘릴수록 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대출 확대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 대비 0.07%포인트(p) 상승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74%에서 0.82%로 0.08%p 올랐다.
은행권은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도 기업대출 위험가중치(RW) 완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RW를 높이고 주식 보유 위험은 완화했지만 정작 기업대출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라는 당국 기조에 맞추려면 나중에라도 기업대출 RW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