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공모채 시장이 다시 문을 연다. 정유·석유화학 기업부터 금융지주까지 다양한 발행사들이 자금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갈라진 S-OIL과 경영권 분쟁이 지속 중인 고려아연 등 발행사별 특수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선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0월 공모채 시장은 14일 파라다이스와 SK인천석유화학을 시작으로 이어 15일 우리금융지주, 17일 연합자산관리, 20일 S-OIL, 21일 BNK금융지주와 고려아연, 22일 신한은행 등 주요 발행사가 수요예측(입찰)에 나선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은 정유사 S-OIL이다. 신용등급이 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기준 AA0, 한국기업평가 기준 AA+로 갈려 있는 ‘스플릿’ 상태라서 어느 구간에서 금리가 형성될지가 관심이 쏠린다. 정유업황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크게 좌우되는데,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S-OIL은 올해 들어 1분기 2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연결 기준 3440억 원으로 전년 동기(1606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2548억 원으로 돌아서 흑자 전환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지원 가능성도 여전히 강력한 안정 요소다.
21일 발행을 예고한 고려아연은 최대 물량을 발행한다. 3년물과 5년물을 합해 3500억 원이라는 최대 자금을 모집하지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 원까지 증액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비철금속 업황보다는 지배구조 분쟁 장기화로 인한 차입금 증가가 문제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모채를 증액 발행할 경우 시장성 차입금이 2조 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반면 금융권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우리금융지주가 15일 2700억 원, BNK금융지주가 21일 1050억 원, 신한은행이 22일 2100억 원 각각 신종자본증권과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신한은행(AA0, 안정적)을 제외한 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이다.
금융기관 자본성증권은 동일등급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해 꾸준히 기관 수요를 끌어온 영역이다. 특히 이자 지급 중단이나 콜옵션 불발 같은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국내 대형 금융사에서는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금리 급등 가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원하는 투자자들의 선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회사채 시장에 대해 상위등급과 하위등급이 엇갈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위등급 회사채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캐리(이자수익) 수요가 맞물리면서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고채 금리 수준과 격차가 이미 줄어든 상태여서, 추가적인 축소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우호적인 수요예측 결과가 이어지면서 상위등급 발행사는 안정적인 금리 수준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레벨과 비교했을 때 회사채는 여전채보다 스프레드 축소 여력을 더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AA급 회사채를 계속 선호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반면 하위등급 회사채는 신용스프레드 축소 폭이 최근 들어 크게 진행돼 상위등급 대비 매력도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다만 등급에 따라 펀더멘털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어, 투자자들은 기업별 펀더멘털과 업황을 더욱 정밀하게 따져보며 개별 기업별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선별적 접근을 주문하며 “비우호적인 업황 속에서는 같은 등급 안에서도 기업 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