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정치보다 교육 중심돼야…현장 반영 확대 필요"

중장기 국가교육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제2기 체제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교위는 지난 2022년 9월 출범 이후 3년간 3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고도 별다른 성과 없이 1기 활동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과제로 추진하던 ‘2026~2035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도 결국 무산돼 2기 위원회가 이를 다시 떠안게 됐다.
차정인 신임 위원장은 “2027~2036년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은 매우 중요한 십년대계”라며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하며 국교위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기 국교위는 출범 초기부터 정치적 갈등과 내부 파행에 발목을 잡혔다. 대통령과 국회 추천 위원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정파적 대립이 심화됐고 주요 정책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실제로 3년간 의결된 안건 30건 중 국교위가 자체 발의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대화 전 상임위원은 퇴임 간담회에서 “국교위는 교육부 들러리이자 하청기구로 전락했다”며 “자체 역량과 전문성이 완전히 상실된 식물기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배용 초대 위원장을 둘러싼 금품 의혹 등도 위상 추락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중장기 계획 발표는 수차례 연기 끝에 백지화됐고, 당초 2026년 적용을 목표로 했던 로드맵은 2027~2036년 계획으로 뒤로 밀렸다.
차정인 위원장 체제의 2기 국교위는 지난달 공식 회의를 열고 ‘고교교육’, ‘대입제도’, ‘영유아교육’, ‘지역대화’, ‘인재강국’ 등 5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이들 특위는 향후 고교학점제, 대입 경쟁 완화, 유보통합, 지역대학 육성, 인재 양성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고교학점제 개선 논의는 교육부와 국교위 간 핵심 현안으로, 최근에는 브리핑 일정을 두고 양측이 불협화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차 위원장은 “단기적 안정화 조치와 중장기 검토를 구분해 빠르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1기 국교위는 현안 대응보다 회의체 역할에 머물렀지만, 2기는 특위를 통해 정책의제 중심의 실질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교위의 기능 회복을 위해선 위원회 구성 방식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교위는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등 총 14명의 정치권 인사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위원회가 정쟁에 휘말리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또 다른 관계자는 “위원 3분의 2가 정치권 인사라는 건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 치명적”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다양한 교육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도 국교위 구성 방식 개선을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논의 진척은 없는 상태다.
위원 구성 외에도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교사, 학생, 학부모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국교위가 원할 경우 특수·직업·다문화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현장 교사들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위원장 역시 “위원회 회의 공개, 생중계 등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국교위의 개방적 운영을 예고했다.실제로 국교위는 이제 막 2기 활동에 들어섰지만 그 앞에는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혼선 해소, 유보통합 및 영유아 사교육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의 재설계는 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핵심 시험대다.
앞선 교육계 관계자는 “국교위는 국민적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며 “숙의와 공론화를 제도화하고, 전문위원회와 특위에 더 많은 현장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번 2기도 성과 없이 끝나면 국교위는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에 직면할 수 있다. 정권 초월적 교육정책을 수립하려면 정치색을 걷어내고, 교육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