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이 예상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둘러싼 외교전이 변수에 직면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정상이 6년 만에 재회하는 만큼, 짧아진 일정을 고려할 때 한미 간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3500억 달러(약 49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협상이나 관세 협상 역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6∼29일 아시아 순방 일정을 조율 중이다. 26일 말레이시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일본을 거쳐 29일 방한, 당일 오후 늦게 출국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7∼29일 일본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일 정상회담은 28일 개최가 유력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일정은 '말레이시아→일본 →한국' 방문 순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체류 시간이 짧아지면,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예정된 APEC 정상회의 본회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 회의 대신 미중 정상회담에 집중할 경우, 경주 APEC은 사실상 미중 무역 협상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수 차례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에도 "한국에서 회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도"4주 뒤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며 대두 문제가 주요 의제"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CNBC 인터뷰에서 미중 간 협상 교착 상황을 설명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달 말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회담이 열린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간 관세 문제 해결과 대미 투자펀드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있었으나, 짧아진 일정을 고려할 때 별도 논의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미국은 한국에 3500억 달러를 현금 중심으로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대출·보증 성격의 수정안을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한 여부는 한미·미중 정상외교의 우선순위와 함께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미 경제외교 전략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