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6개월 만에 손질⋯현장 혼란 줄어들까

‘학점 이수 기준 완화’ 국교위로 넘어가자 교사 반발 거세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3일 서울 금천구 금천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반년 만에 교사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지만 학교 현장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대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로 미뤄지면서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보충지도 시수 축소와 학교 자율적 운영을 골자로 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넓히고 맞춤형 학습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됐다. 하지만 성취율 40% 미달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와 까다로운 출결 규정 때문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교육부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운영을 유연화해 보충지도 시수를 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줄이고,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출결 확인 권한은 담임교사에게도 부여하고, 국어·수학·영어 등 공통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분량은 학기별 최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였다.

하지만 현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보충지도 시수 축소 등 일부 행정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본질적인 변화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3대 교원단체는 공동 입장문에서 “기존 틀을 지키는 수준의 미봉책에 그쳤다”며 “그러나 제시한 개선 대책으로는 현장의 폐지 요구를 막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교원단체들은 가장 큰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를 대책에 담지 않는 점을 문제 삼는다. 교사들은 보충지도에 따른 업무 부담이 과도한 만큼 이수·미이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현행 학점 이수 기준 완화 문제는 국가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로 논의를 넘겼다.

교육부가 국교위에 제안한 방안은 두 가지다. △공통과목은 현재처럼 성취율·출석률을 모두 적용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식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첫 번째 안이 학점제 취지와 균형을 살릴 수 있다고 보지만, 교육부 고교학점제 자문위원회는 두 번째 안을 권고해 국교위에 모두 상정했다.

이와 관련 교원단체들은 “고교학점제의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문제가 국교위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당장 개선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학업성취율 기준은 과목을 나눌 성질이 아니며 평가 왜곡과 형식적 보충지도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전면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평가 방식 전환 요구도 여전하다. 교원단체들은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교원단체들은 “절대평가 전환 없는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권 보장은커녕 또 다른 경쟁과 왜곡만 초래할 뿐”이라며 “학생들이 입시 유불리와 조기 진로 강요에서 벗어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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