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저하, 인지기능장애 유발할 수도

올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넘어서면서다. 급격한 고령화로 치매 등 노인성 질환 환자가 늘고 있어 관련 질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지기능과 언어 구사력 등이 저하되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치매가 대표적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추정도 나온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진료인원은 최근 5년(2020년~2024년)간 크게 늘었다. 국내 치매 진료인원(입원·외래)은 2020년 56만7433명에서 2021년 60만6247명으로 60만 명을 넘어선 후 2023년 67만4963명에서 지난해 70만9620명으로 5년 새 14만 명이 넘게 증가했다.
또 흔히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최근 증가세다. 심평원 질병 세분류(4단 상병) 통계를 보면 경도인지장애 진료인원(입원·외래)은 2020년 27만7245명에서 2022년 31만1422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33만2464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이 평소보다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치매라고 섣불리 의심하기보다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정상 노화와 비정상적인 노화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인지기능이 떨어져서다.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닌,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인지기능 저하 이외에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으로 ‘수면 질 저하’와 ‘수면 장애’가 있다.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전반적인 뇌 대사 기능과 노폐물 처리 능력을 저하시켜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축적돼 수면 욕구를 촉진하는 ‘아데노신’의 대사 활동이 교란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대사산물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영국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30% 높았다.
치매는 크게 퇴행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구분한다.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다.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기억장애와 함께 언어장애, 시공간기능장애,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이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이후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뇌기능 장애로 퇴행성 치매와 달리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우울감, 보행장애 등의 증상이 비교적 급격히 악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이 교수는 “좋은 수면은 잠을 자는 동안 깨지 않고 깊은 수면에 들어가 뇌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숙면을 위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조용하고 안락한 환경은 치매 예방의 필수”라며 부모님의 수면 상태 확인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수는 “치매는 퇴행성, 뇌혈관 질환 이외에도 정상압수두증, 우울증, 갑상선 저하증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며 “전체 치매의 약 10% 정도는 유발 원인을 치료했을 때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장애가 의심된다면, 신경심리 및 뇌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상압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과도하게 생성된 뇌척수액을 배액해주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또한, 대사활동 위축으로 정신활동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갑상선 저하증에 의한 인지장애는 갑상선 호르몬 제제 복용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이진산 교수는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대략 70여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며 “환자마다 증상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특수한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세심한 관찰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