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여파에 항공·관광 ‘직격탄’…그랜드캐니언 문 닫을 듯

1.3만명 항공관제사 무급근무…지연·결항 우려 커져
국립공원 433곳 폐쇄 가능성…자유의 여신상도 영향권
비자 발급 등 영사 업무는 정상 운영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직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평화기념비 상단의 ‘슬픔과 역사’라는 이름의 두 여신 조각상이 보인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이달 시작하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공식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국내외 여행객은 항공기 지연, 국립공원 폐쇄, 방문지 일정 차질 등 적지 않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특히 애리조나주의 대표 관광 명소인 그랜드캐니언은 주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운영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폐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항공편 운항은 계속되지만, 항공 관제사와 공항 보안 요원 등 필수 인력은 무급으로 근무하게 된다. 미 교통부가 3월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1만3000명 이상의 관제사는 셧다운 기간에도 무급으로 계속 일해야 하며,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이나 결항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셧다운 당시 관제사 10명이 병가를 내면서 뉴욕 라과디아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뉴저지·필라델피아·애틀랜타 등 대형 공항에서 지연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그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인 예산안 통과에 동의하기도 했다.

션 더피 교통장관은 지난달 23일 “연방항공청(FAA)이 2000명 이상을 신규 고용해 올해 관제사 채용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셧다운으로 신규 관제사 교육이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립공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국립공원보존협회는 이번 셧다운으로 인해 전국 433개 공원이 폐쇄되거나 일부만 개방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방문객 서비스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주지사 대변인은 “워싱턴D.C. 정치의 기능 마비로 인해 주 납세자들이 비용을 떠안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립공원이 폐쇄되면 인근 지역의 식당, 주유소, 숙박업소 등 지역 경제 전반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보존협회의 테레사 피에르노 회장은 “이번 셧다운으로 수천 명의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지역사회 관광 수입이 수백만 달러 줄어들며 역사적·자연적 자원 보호 활동도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방문객들의 계획도 모두 뒤엉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3년 셧다운 때는 800만 명 이상의 공원 방문이 취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셧다운 당시에는 일부 공원이 제한적으로 개방됐지만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2023년 셧다운이 예고됐을 당시 유타주는 아치스, 브라이스캐니언, 캐니언랜즈, 캐피톨리프, 자이언 등 ‘마이티 5’ 국립공원을 자체 예산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콜로라도 역시 유사한 조치를 준비했다. 유타주는 이번에도 “연방정부 셧다운에도 이들 공원의 접근성을 유지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 인기 박물관과 명소들도 폐쇄 가능성이 있다. 스미스소니언은 세계 최대 박물관 복합체로 6일까지는 전년도 예산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이후는 불투명하다. 자유의 여신상 역시 폐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혔다.

한편 미 국무부는 “비자와 여권 발급, 재외국민 보호 등 영사 업무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셧다운 때에도 미 대사관과 영사관은 연례 예산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비자 신청이나 민원 서비스 이용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 관광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로 캐나다 관광객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셧다운 여파까지 겹치면서 미국 여행·관광 산업 전반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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