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6ㆍ27 대출규제와 9ㆍ7 공급대책 이후에도 한강벨트 지역의 집값 오름세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껴간 성동, 마포 등 한강변 지역이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렬도 계속되면서 대출규제와 공급대책 효과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평가다.
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6ㆍ27 대출규제 직후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던 성동ㆍ마포ㆍ송파 등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중순 이후 다시 치솟는 추세다.
9월 넷째주 기준 성동은 0.59% 올라 서울 전체 중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마포도 전주 대비 0.43%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송파는 전주 대비 아파트 가격이 0.35% 상승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주 대비 0.19%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이들 지역의 오름세는 평균치를 크게 넘어선다.
송파의 경우 6ㆍ27 대출규제 직전인 6월 23일 수치로 보면, 전주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88%를 기록했다. 이후 대출규제 여파로 6월 30일 0.75%, 7월 14일 0.36%로 축소했고 9월 15일 0.19%까지 내려와 저점을 찍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폭이 확대 중이다.
성동과 마포도 마찬가지다. 6월 23일 기준 성동은 0.99%, 마포는 0.98% 각각 전주 대비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했지만 대출규제 이후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9월 초 공급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다시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들 지역의 상승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확대 중이다.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ㆍ27 대출규제 이후 성동, 마포, 광진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했다. 성동구 아파트의 7월 거래량(거래해제 제외)은 102건에서 8월 19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달 신고된 거래도 104건에 달한다. 마포구는 7월 120건에서 8월 173건으로 44% 증가했고, 한강벨트 또 다른 주요 지역인 광진구는 7월 68건에서 8월 80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m²의 경우 지난달 13일 34억3000만 원에 매매 거래되며 직전 거래(5일 33억3000만 원)와 비교해 1억 원이 올랐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도 지난달 13일과 14일 2일 연속 신고가가 이어졌다. 84.99㎡(21층)가 21억4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한 다음 날, 84.77㎡(10층)가 22억1700만 원에 매매됐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6일과 7일에도 각각 84.96㎡(11층)가 21억 원, 59.95㎡(11층)가 17억4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서울숲 한신 더 휴’도 최근 들어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59.94㎡(16층)가 14억2000만 원, 다음날인 19일 114.97㎡(2층)가 18억3000만 원에 팔렸다.
마포에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9일 기존 최고가(18억 원)보다 3억5000만 원 오른 21억5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강변 주요 지역의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건 6·27 대출규제에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성동과 마포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더욱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3구와 용산이 앞서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데 따라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정부 공급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시장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지역은 신도시 등 도심 선호 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토지 자체가 희소성이 높은데, 강남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고 토허제 등 규제도 많아 자연스럽게 성동이나 마포, 광진구 같은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것”이라며 “공급을 눈에 띄게 늘리지 않는 한 정부 정책으로 상승세를 막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