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로는 한계…바이오 기술특례, 기술이전·글로벌 협력이 흥행 열쇠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성패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및 협력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기술성 평가에서 A,A등급 이상의 점수를 받아 상장 문턱을 넘은 기업들은 글로벌 또는 국내 대형 제약사와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상장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심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기술이전 및 협력 여부가 상장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에임드바이오는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핀오프해 설립된 이 회사는 누적 113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만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올해에는 미국 바이오기업과 SK플라즈마에 ADC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리보핵산(RNA) 편집·교정 치료제 플랫폼 기업 알지노믹스도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올해 5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플랫폼 기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항암 유전자치료제 ‘RZ-001’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직접 계약은 없지만 국내 대형사와 협력으로 사업성을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기술성 평가에서 A, BBB 등급을 받았다. 이 회사는 동아ST, 오스코텍, GC녹십자 등 국내 굵직한 기업과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롯데바이오로직스와는 ADC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상장에 성공한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5월과 8월 코스닥에 입성한 인투셀과 지투지바이오는 A,A 등급을 받아 기술력을 입증했고, 오름테라퓨틱스와 뉴로핏 역시 A, BBB 등급으로 상장 문턱을 넘었다. 이들 기업 모두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또는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평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 건수가 늘었지만 단순 연구개발 성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이나 대형사와의 협력이 기술성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을 인정받고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상장 성공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3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기업의 기술성과 수익 모델 검증 여부가 성패를 가르는 흐름을 보였다”며 “임상 데이터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매출 가시성이 있는 기업들이 공모 흥행을 이끈 반면 단순 연구개발(R&D) 단계 기업은 저평가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제약사나 대기업과의 공동 연구·기술이전은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상장 심사에서 평가 지표를 강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며 “IPO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