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합성데이터·철도 태양광 등 혁신 사례 잇따라
정부가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의 성장을 막아온 ‘거미줄 규제’를 걷어내고 시장 실증을 전면 허용한다. 산업현장 투입이 가로막혔던 휴머노이드 로봇, 개인정보 우려로 멈춰 있던 합성데이터 활용, 법적 기준이 비어 있던 철도 태양광 발전까지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신산업 전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에서 총 40건의 규제샌드박스 과제를 심의·승인했다.

이번 심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에이로봇'은 AI가 탑재된 이족보행 로봇을 산업현장에 배치해 음성 명령 인식, 사람·사물 회피, 자율보행 성능 등을 시험한다. 지금까지는 관련 표준과 안전 기준이 없어 현장 투입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특례로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재해 감소는 물론,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합성데이터 활용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아이브이에이치 컨소시엄은 실제 도로 영상을 기반으로 희귀 사고까지 포함한 가상 주행 데이터를 만들어 자율주행차 AI 학습에 적용한다. 합성데이터는 학습 효율성이 높지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발목을 잡아왔다. 정부가 안전성 기준을 정립하기로 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기반이 마련됐다.

재생에너지 실증 과제도 눈에 띈다. 한국철도태양광발전사업은 철도 선로 위에 카펫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오송 시험선로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뒤 폐철도 구간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철도 부지를 활용한 국내 첫 사례다. 단순히 공간 활용 차원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태양광 발전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너지 전환을 겨냥한 과제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HD현대미포는 탱크로리에서 선박으로 직접 액화이산화탄소를 충전하는 방식을 실증해 저장 설비 비용을 줄이고 공급 효율을 높인다. 한화오션은 무인잠수정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 해양 방산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또 다른 과제에서는 액화수소 운반선용 화물운용시스템을 시험해 글로벌 수소 물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발판을 마련한다. 모두 현행법의 세부 기준이 없어 추진이 막혔던 사업들이다.
첨단 의료 분야도 규제 완화를 통해 길이 열렸다. 지씨셀과 대학병원들은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위암·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입 세포를 활용한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진행한다. 국내 규제상 금지돼 있던 수입 세포 사용이 특례로 허용되면서,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용 헴프 산업화,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공유미용실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과제들도 포함됐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신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도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취지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발굴해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M.AX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제조 AX를 가속화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 개선은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