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공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연말 1만 가구 이상의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입주 확대로 전세 물건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1~12월 서울 시내에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는 총 1만1939가구다. 11월에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와 강남구 '청담르엘'(1261가구),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를 포함한 8022가구, 12월에는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3917가구가 입주한다.
최근 몇 달간 입주가 없다시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직방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2~3분기 서울의 입주 물량은 총 1만574가구에 불과하다.
6월 6995가구를 제외하면 7월 1794가구가 가장 많다. 나머지는 모두 1000가구를 밑돌았다. 특히 8~10월 석 달간은 총 입주물량이 500가구에도 미치지 못한다. 8월과 9월은 각각 282가구, 128가구, 10월은 46가구다.
입주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전세 기근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이 거주하던 집들이 전세 시장에 나올 수 있어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건은 올해 1월 초 3만1800여 건에서 현재 2만3000여 건으로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하지만 전세 가격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입주 확대가 전세 물건 증가로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겠으나 제한적일 것"이라며 "입주 물량만큼의 주택이 전세로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선호 지역에서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고 그에 대한 불안감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는 2년 넘게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는 2023년 5월 넷째 주 올해 9월 셋째 주까지 줄곧 올랐다. 총 121주 가운데 하락한 것은 올해 1월 첫째 주가 유일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입주 물량 뿐 아니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도 전세 물건 축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입주 확대에 따른 전세 공급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입주 단지 주변의 전셋값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 있으나 전체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양과 입주 등의 주택공급 부족,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확대와 같이 전세 물건이 확대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서울의 전셋값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집값 수준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 당분간 크게 변동하지 않으리란 인식이 형성돼 있고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전세에 머물게 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