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금융·부동산 분야의 감독기구를 새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옥상옥(屋上屋)’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취지는 감독 공백을 해소하고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미 다층적 규제를 받는 두 산업에 또 다른 감독 기구가 추가되면 행정 비효율과 이중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신설보다는 기존 조직 간 기능 조정과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규제 개편의 방향성을 두고 여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그는 “금융감독원 내에서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함께 다루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감독 과정에서는 건전성 관리가 소비자 보호보다 우선시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독립적으로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소원이 단독으로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감원과의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하고 필요시 공조하는 구조라면 신설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들어 전문 감독기구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는 국토교통부 등 감독 당국이 부동산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평상시에는 예방적 관리가 부족했다”며 “상시로 가격을 점검하고 상승 징후를 미리 포착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 교수는 독립성과 업무 분리, 협업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 감독기구가 있다면 독립성을 갖춰 대통령 직속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기존 감독기관과 권한이 중첩돼 옥상옥 구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범위를 부동산으로 한정하고, 기존 금융감독당국과 상시로 정보를 공유해 공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실질적인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소원 분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금융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금소원이 분리돼 공공기관화되면 감독·검사 속도가 늦어져 건전성 관리나 해외 리스크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전국적으로 수천 개에 달해 금감원이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다”며 “‘2금융감독원’을 신설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부동산 규제기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토부나 지자체가 모든 업무를 맡기에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시장이 과열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고, 공무원이 모든 것을 관리하기에는 속도와 업무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제도 연속성을 중시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존 체계를 모두 무너뜨릴 수는 없다”며 “주어진 기관 안에서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추진 방식은 금융감독이나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정책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규제의 일관성을 흔드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