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위고비 한국 출시 1년 만에 종근당 손 잡아…릴리, 출시 일주일 간 1만 건 이상 처방 추정

국내 시장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경쟁이 본격화하자 국내 제약사들도 마케팅 협력을 통해 수익을 올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 대비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한 국내 기업들에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종근당과 손을 잡고 위고비의 병·의원 영업력을 강화했다. 두 회사는 10월 1일부터 국내 병·의원 대상 위고비 공동 영업·마케팅을 진행한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10월 위고비 출시 당시부터 줄곧 위고비 판매를 위한 국내 파트너를 두지 않았으며, 화려한 마케팅도 없었다. 위고비가 출시 전부터 화제성과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영업활동 없이도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집계 기준 올해 2·4분기 국내 전문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두 회사의 협력은 최근 국내 상륙한 마운자로를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효과성을 고려하면, 위고비가 마운자로에 시장점유율을 내어줄 가능성이 크다. 마운자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와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이중작용 기전으로, GLP-1 단일작용제인 위고비보다 효과가 높다.
마운자로는 72주 투여 임상 SURMOUNT-1 연구에서 체중이 최대 22.5% 감소해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냈다. 비만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직접 비교한 SURMOUNT-5 연구에서는 마운자로 투여군의 72주차 평균 체중 감소율이 20.2%로 위고비 투여군 13.7%를 크게 웃돌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가운데 어느 한 제품이 가격을 내세워 차별화 전략을 펴기도 어렵다. 마운자로는 2.5㎎, 5㎎, 7.5㎎, 10㎎, 12.5㎎, 15㎎ 총 6개 용량의 공급가가 차등 책정됐으며, 2.5㎎ 기준 약 27만 원으로 알려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0.25㎎, 0.5㎎, 1.0㎎, 1.7㎎, 2.4㎎ 5가지 용량을 모두 약 37만 원 대에 공급해왔지만, 마운자로 출시를 견제해 최근 용량에 따라 최고 42%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이에 따라 가장 작은 용량 기준 두 제품의 가격은 20만 원 대 중반으로 유사한 수준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20일 마운자로를 국내 출시한 이후 마케팅 파트너 없이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불과 일주일 동안 마운자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처방 점검 건수는 무려 1만8579건으로 집계됐다. DUR 점검 건수는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그 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되는지 전산적으로 자동 점검한 횟수로, 비급여 의약품의 처방 건수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다. 위고비의 DUR 점검 건수는 올해 6월 기준 8만4848건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반의 폭발적인 관심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릴리도 국내 기업과 영업·마케팅을 위해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의 파트너였던 보령,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 파트너였던 한독,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파트너였던 유한양행,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와 편두통치료제 ‘앰겔러티’ 파트너였던 SK케미칼 등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당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약 50% 성장해, 2030년 블록버스터 제약 분야인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 버금가는 약 1000억 달러(약 139조23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