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이 비용 급등과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리모델링이 노후 아파트 재생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리모델링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데 이어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신기법을 내놓으면서 국내 주택 재생 시장의 무게추가 ‘재건축 일변도’에서 ‘리모델링 다변화’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22일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7일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리모델링이 공급 확대 수단의 한 축으로 공식 포함됐다. 전용 85㎡ 초과 주택 분할 허용, 총회 전자의결 도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리모델링 조합의 사업자 등록을 면제해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공사비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할 경우에는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해 조합원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정부가 리모델링을 주택 공급 방안에 포함한 것은 재건축만으로는 공급 확대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사비가 30% 이상 뛰면서 일반분양으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 용적률 상향이 제한적이라 분양 물량 확보가 어렵고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하면서 주민 동의율 확보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국 노후 공동주택의 상당수는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활용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철거 절차가 없기 때문에 인허가 기간과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화, 주차장 확충, 커뮤니티 시설 개선 등 주거 성능과 자산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주민 만족도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리모델링이 단순한 보수 차원을 넘어 ‘단지 가치 제고’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관 리뉴얼과 창호 교체, 커뮤니티 시설 증축, 친환경 설계와 스마트홈 도입 등 생활 편의와 미래 가치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는 추세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고밀도 아파트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철거·신축 중심의 재건축은 사업성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리모델링은 합리적인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기법에 공을 들이며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넥스트 리모델링(Next Remodeling)’을 공개했다. 기존 건축물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내·외관을 새로 꾸미고 스마트홈, 친환경 자재, 자동주차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철거 과정을 최소화해 인허가 절차와 공사 기간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사 주거 플랫폼 ‘홈닉(HomeNik)’과의 연계도 준비 중이다.
현대건설 역시 ‘힐스테이트 리모델링’ 브랜드를 앞세워 친환경 설계, 스마트홈, 커뮤니티 시설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기존 골조를 살리면서 커뮤니티 공간과 주차장, 외관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삼성동 힐스테이트 단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확대와 대형 건설사의 가세가 맞물리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거주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리모델링 모델이 시장 정착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용적률 특례, 금융 지원, 세제 혜택 같은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