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직접 타격 크지 않지만
장기화시 생산능력 확대·손익에 부정적 영향
커지는 B-1 지침 명확화 목소리
“한국 기업에 좋은 소식 아냐”

트럼프 행정부 비자 정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에 새 변수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장기 주재원(L-1·E-2)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단기 프로젝트 인력의 비용·절차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B-1(단기 상용) 허용 범위 명확화와 현지 인력 파견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H-1B)에 신규 청원당 10만달러(약 1억 4000만 원) 추가 납부를 의무화하고, 전자여행허가(ESTA) 수수료도 이달 말 21달러에서 4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H-1B 추첨(캡) 등록료 역시 2025년부터 10달러에서 215달러로 인상된다. 자국 기업들이 외국인보다 미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를 우대하도록 유도하려는 포석이다.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에 법인을 둔 국내 기업들은 현지에서 일할 국내 인력에 대해 대부분 주재원용 비자인 L-1 또는 E-2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은 조지아 공장처럼, 단기 프로젝트가 있으면 부분적으로는 H-1B 비자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또 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 HMGMA(현대차)·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JV, 포드-SK온 ‘블루오벌SK’(켄터키·테네시), 삼성SDI-스텔란티스 ‘스타플러스 에너지’(인디애나),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단독 공장, 한화큐셀 조지아 등에서 건설·시운전·증설 일정을 소화 중이다.
대기업은 영향이 제한적일지 몰라도, 미국 공장 설치·운영에 필수적인 협력 업체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 설치·시운전·라인 전환에 필요한 인력은 주로 협력사에서 파견을 나간다. 대기업은 B1비자 발급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중소 협력사는 비자가 잘 발급이 되지 않고 비용도 비싸 통상 ESTA를 활용해 왔다. 업계 집계로 H-1B 경쟁률은 통상 5대1 안팎, 한국인 발급은 연 2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중소·중견의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 장비 반입, 설치, 시운전하는 건 결국 협력업체들"이라며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자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대미 투자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은 단순히 돈을 올리겠다는 것보다, 비자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미국 내 공장 건설.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해야 할 사안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자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램프업(생산능력 확대) 지연, 손익에까지 악영향까지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빨리 나서서 B-1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미국 출장 가기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제도 개선을 위한 공식 협의체인 워킹그룹 구성 방식과 논의 안건을 협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 가이드라인에 나와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미 정부가 밝히고, 협력사 출장도 원활해져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국민 고용을 위해서라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이 피해를 보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읽힌다"면서 "한국 기업에 분명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