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통해 방산 현지화 추진
“현지화 없인 단순 수출 전략 한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중동 최대 방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을 통해 국방 현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고용까지 포함한 합작법인(JV) 설립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하면서 양국 협력 틀도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성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반기에는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중동은 지정학적 분쟁이 잦아 무기 수요가 높지만 역내 방산업체 역량이 부족해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특히 사우디는 중동 내 최대 방산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방비에 759억 달러(약 100조 원)를 지출했고 올해 예산에는 약 780억 달러(약 103조 원)가 배정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7% 수준이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을 통해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단순 수출이나 단독 생산거점 설립보다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 이전, 고용 창출, 조달망 확보까지 아우르는 합작 투자 모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탄도 충분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유상증자로 조달한 4조2000억 원 가운데 9188억 원을 글로벌 합작법인 설립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향후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사우디와 협력 토대를 마련해왔다. 사우디에 천무를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상무기체계부터 감시·정찰체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중장기 무기 획득 계획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의 외교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와 이라크를 방문하는데 첫 중동 지역 방문지로 사우디를 찾았다. 안 장관은 21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에서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방위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방산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왕정 국가 특성상 계약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변수가 많이 따른다”며 “현지 생태계를 갖추려는 수요가 큰 만큼 합작법인이나 기술 이전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