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희대 회동설’ 진위 논란에 발 빼기…역풍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밀 회동설’을 제기했다가 제보 신빙성 논란이 커지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도부는 “의원 개인의 문제 제기”라며 선을 긋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5월 초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에서 불거졌다. 이 유튜브에서 공개한 음성에는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 씨가 4월 초 만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음성 속 인물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에는 “해당 음성은 AI로 제작됐으며 실제 녹음이 아니다”라는 자막이 붙어 있었다.

이 녹취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5월 14일)에서 틀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같은 달 대법원장 청문회에서 “대법원장님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잠잠하던 회동설은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9월 16일)에서 다시 꺼내면서 불붙었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는 “그런 만남은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06.28. (뉴시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점차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여론의 초점이 회동설의 진위에 맞춰지자 신중한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19일) 브리핑에서 “의원이 상당한 제보를 통해 제기한 의혹에 지도부가 나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같은 날 SBS 라디오에서 “처음 거론한 분이 해명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고,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사건의 본질은 내란 재판 지연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법원) 내부의 비판과 국민적 불신은 조 대법원장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 본인이 결자해지하길 바란다. 깨끗하게 물러나시라”며 사퇴를 압박했지만, 회동설 자체의 진위에는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제보를 정치적 무기로 삼았다가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제보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조 대법원장 퇴진 압박의 명분을 잃을 뿐 아니라 사법개혁 추진 동력마저 약화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더는 사안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도부가 “본질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과 재판 지연”이라며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 탄압 독재정치 규탄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물증이나 이런 게 나오면 국면이 달라지겠지만 없을 거라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탄핵안을 내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주당의 헛발질로 대법원장 괴롭히기는 거의 힘을 잃었다. 서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크게 도와준 것”고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5월 1일 현직 의원을 통해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공감TV에서 제기한 의혹이) 당시 제보 내용과 같은 맥락이라 5월 14일 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다시 질의했다”며 “이 녹취 또한 과거 여권 고위직 관계자로부터 제보된 것이라고 체크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외 여론전을 예고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대표와 서영교·부승찬 의원, 유튜버 김어준 씨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제1호 적용대상”이라며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1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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