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등 3차 상법개정도 속도
업계 "투자 유인 약화·시장 경직 우려"

정부·여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자본시장 체질 개선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자사주 의무소각, 의무공개매수제 등 굵직한 법안들이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처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규제 패키지가 투자 유인을 약화하고 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발의(통과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개, 상법 개정안은 25개로 집계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단계에서 전문투자자 대상 사전 수요예측을 허용하고, 공모주 일부를 최소 6개월간 보유하는 조건으로 배정하는 내용이다. 투자자 명단 공개 의무도 담아 상장 직후 단타 매물을 줄이고 장기투자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주제안 요건을 ‘지분 1%·6개월 보유’에서 0.1%로 낮추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자문성 의안 상정도 허용해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을 높이고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3차 상법 개정과 관련된 입법들도 논의가 가속하고 있다. 앞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1차 개정,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2차 개정을 지나 3차 상법 개정안에는 직접 대주주 영향력을 조정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의제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현재 국회에 올라온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법안이 다수인 만큼 이번 달 정기 국회 처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자사주 소각 기한을 두고 즉시 처리, 6개월 이내, 1년 이내 등 조건에 대해 조율 중이다.
합병·분할 시 기존 주주를 보호하는 법안도 이르면 연내 처리될 방침이다. 일명 '쪼개기 상장'이라 불리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공모 신주의 일정 비율을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안들이 국회에 여럿 발의돼 있다. 정부는 지난달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통해 이런 내용의 주주보호 방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이외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 내년 상반기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경영권 변동이 수반될 때 일정 비율 이상 일반 주주 지분을 반드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 설계를 논의 중이다. 의무공개매수제는 기업 인수자가 일정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면, 잔여 소액주주 지분까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인수자가 잔여지분 매수 범위를 놓고 50%+1주까지 살지, 잔여주식 전부를 살지 등에 대해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이은 제도개편이 IPO 및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거래의 비용 부담을 높여, 투자심리 위축·거래 감소 등의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무공개매수제가 강하게 설계될 경우 인수자금 부담이 수천억 원대로 불어나 사모펀드·재무적 투자자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소수주주 지분까지 전부 사들여야 한다면 사실상 전면 인수 외에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의무소각 역시 환원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순기능과 함께, 기업이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온 다양한 수단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소각 의무가 강화될 경우 배당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M&A 과정에서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져 자본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IPO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너스톤 배정 비중이 과도하거나 매도 제한(락업) 조건이 경직되면 유동성이 줄고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 또 대형 연기금·공제회 중심의 배정이 굳어지면 중소형 기관의 IPO 참여 기회는 줄어든다. 다른 관계자는 "핵심 기관투자자 몇 곳의 의사 결정이 공모가 산정에 과도한 영향을 주는 구조가 되면 오히려 시장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