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2년 만에 ‘적자 폭탄’⋯자회사 부실 모회사 부담으로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을 주력으로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 어보브반도체가 계열사 윈팩 살리기에 나섰다.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윈팩의 운영자금 조달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윈팩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100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투자자로는 윈팩의 최대주주인 어보브반도체가 참여한다.
윈팩은 어보브반도체가 MCU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1년 240억 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전문업체다. 올해 반기 기준 어보브반도체 지분은 37.7%다. 어보브반도체는 최초 경영권 인수 후 2022년 3자배정 유상증자로 120억 원, 2024년 주주배정 유증에 182억 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번 출자금까지 더하면 총 출자액은 600억 원을 웃돈다.
윈팩은 2021년 어보브반도체에 피인수 된 후 2022년 매출 1526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의 반짝 흑자를 냈으나 이듬해부터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 등으로 매출은 862억 원으로 내려갔고 2024년엔 741억 원으로 더 줄었다. 이 기간 각각 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으며 순순실은 300억 원을 웃돌았다. 주력 사업인 패키징 공장 가동률은 2022년 74%에서 27.7%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로 인해 자본잠식 우려 등 재무 안정성도 크게 훼손됐다. 작년 5월에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76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한 바 있다. 당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가 2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가는 다시 급격히 하락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면서 윈팩의 자본총계(581억 원)가 납입자본금(582억 원)을 밑돌아 부분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주가도 우하향 흐름을 이어가며 액면가 500원을 밑돌고 실적 부진이 계속돼 불가피하게 어보브반도체가 직접 자금 수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윈팩의 부진은 모회사인 어보브반도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보브반도체는 윈팩을 종속회사로 편입한 이후 윈팩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2023~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각각 -146억 원, -51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어보브반도체 역시 업황 영향을 받긴 했으나 별도기준으로는 각각 126억 원, 197억 원의 흑자를 냈다. 올해 반기에도 150억 원의 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41.5% 개선했으나 연결기준 이익은 73억 원에 그친다. 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19.8%에 불과했으나 현재 89.3%에 이른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자본잠식 등을 고려해 이번에 증자가 들어가는 것으로, 3분기부터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방시장이 조금씩 좋아지고, 중국 고객들이 수출향 물량 후공정을 중국 외에서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물량이 들어오면서 윈팩의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회복세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